100% 지급보장 말과 달리 해킹사태 이후 브릿지조차 없어…투자자들 큰 손실 떠안아
위메이드는 위믹스 달러 발행 당시 “위믹스 달러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위믹스 달러를 발행하는 만큼 USDC(코인베이스와 ‘Circle’사가 참여한 시가총액 2위 스테이블 코인)를 100% 담보한다. USDC는 미국 법정화폐 달러를 준비금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성을 강조한 설명은 기본, 위메이드가 상장사이니만큼 위믹스 달러를 믿고 거래하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한다. A 씨도 위믹스 달러를 대량 보유한 투자자였다. A 씨는 “나는 평소 아비트라지(차익거래)를 추구하는 편이라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를 많이 이용했다. 여느 디파이와 마찬가지로 WEMIX.FI에서 WEMIX 달러 담보 기반으로 WEMIX 대출이 가능했다. 이렇게 대출한 WEMIX로 아비트라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위믹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는 이율도 10~30%까지 쏠쏠하게 나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재단에서 위믹스 달러 담보를 넣은 뒤부터 이율이 거의 없어졌다. 브릿지가 정상일 때는 언제든지 USDC로 바꾸거나 반대로 위믹스 달러를 얻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달러 브릿지 서비스를 ‘멀티체인’이라는 업체와 협력해 왔다. 블록체인 브릿지는 서로 다른 체인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위메이드는 WEMIX 달러 담보금인 USDC를 멀티체인 브릿지에 예치해 위믹스 생태계의 유동성 창구로 사용했다. 유저들은 WEMIX 달러를 mUSDC(멀티체인 USDC)로 교환한 뒤 멀티체인 브릿지를 이용해 이더리움 체인의 USDC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2023년 7월 멀티체인 브릿지의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2023년 7월 14일 멀티체인(MULTI)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자오쥔 멀티체인 CEO가 중국 경찰에 체포된 것이 사실이며, 팀은 자금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멀티체인 측은 “자오쥔 CEO는 지난 5월 중국 경찰에 체포됐으며, 현재 팀의 모든 자금과 서버에 대한 접근 권한은 자오쥔과 경찰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도 멀티체인 측 주장이 사실일지 혹은 멀티체인 팀이 미리 돈을 빼돌린 건지 알 수 없다.
멀티체인 브릿지는 트위터를 통해 사건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이미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3년 6월 9일부터 멀티체인 브릿지가 멈춰 있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멀티체인이 사실상 멈추면서 위믹스 달러는 빠르게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위믹스 팀은 멀티체인에 담보로 맡긴 약 1100만 USDC(약 150억 원)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 유저들이 WEMIX 달러를 이더리움 체인의 USDC로 바꿀 수 있는 경로도 사라졌다. 위메이드는 사건이 공식화되기 직전 후속 대응으로 준비금 100% 지급 보장 및 추가 브릿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위믹스는 2023년 7월 7일 멀티체인 브릿지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위믹스 달러 준비금에 대해서는 위믹스 재단이 100% 지급을 보장하며, 위믹스 생태계는 이번 멀티체인 브릿지 일시 중단과 상관없이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또 위믹스는 “멀티체인 브릿지 대신 오르빗 브릿지를 지원하며, 오르빗 브릿지에 위믹스 3.0과 이더리움 체인을 지원하는 자산 4종이 추가됨과 함께 위믹스파이에 oUSDC(오르빗 USDC) - WEMIX 달러 풀이 상장됐다”고 알렸다.
2024년 1월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쳤다. 이번에는 오르빗 브릿지가 역대급 규모의 해킹을 당하며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4년 새해 첫날, 국내 대표 크로스체인 플랫폼인 오르빗 브릿지가 1000억 원 규모의 해킹을 당했다. 오르빗 브릿지에 맡긴 WEMIX 달러 담보금 약 73%가 사라졌다. 또 다시 브릿지 해킹으로 WEMIX 달러에서 이더리움 USDC로 가는 교환 통로가 막혔다.
위믹스는 다시 한번 준비금 100% 지급 담보와 새로운 브릿지 서비스를 약속하며 유저들을 안심시켰다. 2024년 1월 1일 위메이드 위믹스는 “WEMIX 달러는 준비금 안정성 여부와 관계없이 위믹스 팀이 100% 지급을 담보하며, 탄력적으로 준비금별 담보 비중을 리밸런싱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그 결과 WEMIX 달러는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나기(unagi) 이니셔티브는 모든 자산을 랩 토큰이 아닌 네이티브 토큰 형태로 보관하는 옴니체인 브릿지 ‘우나 브릿지’를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브릿지 우나 브릿지 도입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4년 6월 우나기 프로젝트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해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위믹스 발표와 달리 오르빗 브릿지 해킹 사건 이후 새로운 브릿지 도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르빗 브릿지 사태 이후 위믹스 달러는 1달러 가치를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가격 괴리는 점점 커졌고, 초반에는 5% 이하였던 가격 괴리가 최근에는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현재 위믹스 달러는 0.7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발행된 총 WEMIX달러는 약 1454만 달러로 약 200억 수준이다. 멀티체인, 오르빗 브릿지 중단 사태로 담보금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위믹스 팀에서 100% 지급해 주겠다는 말과 달리 브릿지 중단 사태 이후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위믹스 달러를 이더리움 USDC로 변환할 수 있는 브릿지 창구가 없어 USDC와 1 대 1 교환이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위믹스 달러로 위믹스를 구매해 거래소로 보내 파는 방법이다. 위믹스로 역산해 보면 위믹스 달러는 현재 약 30% 디페깅(스테이블 코인 가격이 고정 가격에서 이탈하는 것) 중인 상태다.
A 씨는 위믹스 측 소통 부재도 지적했다. A 씨는 “2024년 6월 30일 일방적으로 위믹스 커뮤니티 폐쇄 후 공지 채널로만 사용하고 있다. 단방향 소통으로 사용자들의 의견을 개진할 창구를 폐쇄한 상황이다. 이렇게 해서 유저 간 결속력을 저하하고 잡음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위믹스는 2024년 8월 23일부로 위믹스 관련 De-Fi 서비스를 온체인랩스로 이관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개편 이후에도 나아지는 게 없다면 소송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현재 사방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8월 5일 가상자산인 위믹스(WEMIX) 코인의 시세 안정을 위해 유통량을 조작한혐의로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를 기소했다. 2021년 위메이드가 내놓은 클레이튼 기반 De-Fi 서비스 클레바는 6개월째 소통 없이 무기한 중단 상태로 최고점 대비 수백 분의 1로 떨어진 상태다. 클레바 투자자들도 시위하겠다며 모이고 있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달러에 대해 100% 지급 보장 등을 얘기하고도 사실상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믹스달러 홀더 리스트는 익스플로러를 통해 확인해 보면 위믹스달러 1000만 원 이상 보유자가 약 50명 정도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위메이드 측의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