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액은 1심 400억 원서 크게 감소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부장판사 이경훈 김제욱 강경표)는 이 전 회장이 재훈 씨를 상대로 선친의 수백억원대 차명 채권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재훈씨는 이 전 회장에게 153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14일 판결했다.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선대 회장은 1996년 사망하면서 '딸들에게는 별도의 상속 없이 아내와 아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사장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2010년 검찰 수사를 통해 수 백억원대 차명 채권 등 이 선대회장의 재산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차명 채권이 재훈 씨에게 전달되자, 이 전 회장은 누나 재훈 씨에게 잠시 위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훈 씨가 돌려주지 않자 이 전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나머지 재산에 관한 유언이 무효더라도 이 전 회장은 상속 채권을 단독으로 점유해 온 '참칭 상속인(법률상 상속권이 없는 상속인)'"이라며 "재훈 씨의 상속회복 청구권이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 소멸했으므로 이 전 회장은 상속 채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증의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유언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유언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하다"며 "오히려 선친은 향후 이 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양받아 행사함을 전제로 경영에 불협화음이 없도록 유증 상대방을 한정하고, 재훈 씨를 비롯한 세 명의 딸은 제외하는 것으로 정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선친의 배우자도 선친 사망 전 '그룹 경영은 이 전 회장이 맡아야 하고 이를 위해 차명재산을 이 전 회장이 상속받도록 지정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종합하면 유언의 나머지 재산 부분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2심 배상액은 1심의 400억 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재훈 씨가 받은 것으로 입증된 153억 5000만 원에 대해서만 배상하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