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법상 품의 유지 위반 이유로 견책 처분…대법원 “교대생, 공공기관 종사자 아냐” 원심 뒤집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교사 A 씨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서울교대에 재학 중이던 2016년 같은 학과 남학생들과 일부 졸업생 등이 함께한 '남자 대면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의 '신입생 소개자료'를 제작했다.
이후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은 서울교대 졸업생 중 교원으로 임용됐거나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 징계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 63조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2020년 3월 A 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문제가 된 책자를 제작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남자대면식에서 여학생들의 외모 평가나 성희롱 등 성적 대상화 발언은 없었기 때문에 책자가 성희롱의 매개체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 당시 A 씨는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되지 않은 교대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공무원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을 수 없는 신분이라고도 주장했다.
결국 쟁점은 A 씨를 '공공기관 종사자'로 규정할 수 있는지였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시효는 3년이지만 공공기관 종사자나 사용자, 근로자가 성희롱 행위를 할 경우 징계 시효 10년이 적용된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를 공공기관 종사자로 봐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반드시 전형적인 공공기관의 임직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도 포함한다"고 판단해 교대 학생인 A 씨도 공공기관 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대 재학생을 공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공기관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고 판단한 2005년 대법원 판례를 짚었다.
이어 대법원은 "A 씨는 교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교대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A 씨가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의 징계가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3월 이뤄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시효도 지났다고 판단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