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네 팀 사령탑 교체하고 절치부심…인천·전북 ‘수비력’ 대구 ‘득점력’ 대전 ‘선수단 관리’ 아킬레스건
#본격화된 생존 경쟁
K리그는 2013년 2부리그가 창설되고 곧장 승강제가 도입됐다. 1부리그 구단들에게 강등은 공포로 다가온다. 우승 경험이 있는 명문 구단도 강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저마다 '1년 만의 승격'을 다짐하며 2부리그로 향했으나 이 같은 바람이 현실로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다.
올 시즌은 4팀이 강등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하위권 네 팀은 8월 22일 기준 승점 차 2점 이내에서 경쟁 중이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9위부터 12위까지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8위 제주 유나이티드 또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으나 하위권 4팀과 일정 수준 이상의 격차를 벌려 놓았다.
인천, 대전, 대구, 전북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21시즌 이후 K리그1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도에 손을 대면서부터다. 이전까지의 승강제는 최하위가 2부리그로 직행하고 11위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었으나 2022시즌부터는 2팀까지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됐다. 이에 하위권 구단들의 최소 목표는 12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9위 이상은 '안정권' 순위로 통하는데 이번에는 9위와 12위의 격차가 매우 좁다.
엄습하는 강등 위기에 하위권 4개 구단은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시즌을 치르는 중 사령탑 교체를 선택했다. 위기를 벗어나려 내린 고육책이었다. 이들보다 높은 순위에서 감독이 바뀐 팀은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떠난 울산 HD뿐이다.
#적극 투자 vs 긴축재정
감독을 바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들 4개 구단의 여름 이적시장 분위기는 제각각이었다. 대전과 전북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사들인 반면, 대구는 소극적은 모습을 보였다.
대전은 11명, 전북은 8명이 새롭게 구단에 합류했다. 가장 많은 선수를 영입한 구단 대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두 구단이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K리그1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승강제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선수가 이동한 시즌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선수 영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전과 전북이 '부자 구단'인 덕분이다.
리그 내 대표적인 부자 구단인 대전, 전북과 달리 인천과 대구는 풍족하지 못한 구단이다. 긴축재정 기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인천은 공격수 천성훈만 판매했을 뿐, 새롭게 데려 온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구는 일부 보강이 있었으나 몸값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지는 못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를 줄줄이 영입한 대전, 전북과는 분명 달랐다.
하지만 다수의 선수 영입이 성적 향상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의 선수기용이 더욱 중요하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11명을 영입하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대전에 주목했다. 그는 "전북은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도 기존 자원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반면 대전은 내보낸 선수들이 많지 않다. 지금 선수단 인원이 너무 많다"며 "상당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선수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자칫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팀의 아킬레스건
인천, 대전, 대구, 전북의 지상 과제는 1부리그 생존이다. 그 동안 보여 왔던 약점을 보완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9월 초 A매치 휴식기가 이어지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은 수비력 보강이 급선무다. 골을 넣지 못하는 경기가 많진 않지만 그보다 많은 실점으로 승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전북은 경쟁 중인 4팀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으나 실점도 가장 많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인천 공격진은 무고사의 결정력이 여전하고 부상으로 빠졌던 제르소도 돌아왔다. 수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전북은 수비력 자체도 저조했고 수비진에서 시작되는 빌드업도 굉장히 불안했다. 새로 영입된 수비수는 부상을 당하면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반면 대구는 득점이 부족하다. 실점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적은 편에 속한다. 이 해설위원은 "공격 핵심 세징야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인다. 하지만 세징야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 공격진에서 다른 선수들이 득점력을 보완해줘야 대구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은 방대한 선수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은 52명으로 리그 내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전 부임 이전에도 부침을 겪던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시즌 강등권 경쟁은 장기간 강팀으로 군림해왔던 전북이 참전하며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년 전까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선두권이 익숙했던 전북은 5월 말부터 두 자릿수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2부리그로 향하게 된다면 지난 시즌 '명문' 수원 삼성 강등의 충격보다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이 해설위원은 전북에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결국은 지금보단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선수 개개인 능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보강된 선수들도 능력이 뛰어나다. 부상이 있는 이승우가 잘 회복한다면 시즌 막판에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