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춘란배·LG배·응씨배서 모두 본선 1회전 탈락…구쯔하오와 리턴매치 승리로 7번째 세계대회 우승
1국을 승리로 이끈 신진서는 2국에서도 팽팽한 초반 접전 뒤 중반부터 조금씩 우세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구쯔하오 9단이 강하게 버텨오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막판 백중세의 위기도 있었지만 상변 흑 2점을 살려내며 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대회마다 번번이 중국 기사들의 집중 견제에 애를 먹었던 신진서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32강부터 결승까지 중국 기사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또 구쯔하오와의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13승 6패를 기록, 차이를 더욱 벌렸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의 세계대회 부진을 말끔히 털어버렸다는 점이다. 신진서는 올해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1월에 LG배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2월 열린 농심배에서 기적의 6연승으로 한국 우승을 견인할 때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이후 부진했다.
3월 제15회 춘란배에선 중국의 양카이원 9단에게 발목을 잡혔고, 5월 열린 제29회 LG배 16강에선 국내 후배 한상조 6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가장 아픈 패배는 7월의 제10회 응씨배. 신진서는 본선 첫 판에서 중국의 신예 유망주 왕싱하오 9단에게 완패를 당하며 올해 진행된 3개의 세계 대회에서 본선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본인은 물론 팬들도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후 신진서는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다른 대회 성적도 나빠서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보람되고 기쁘다. 전기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서 다행이고, 그동안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란커배 우승컵을 추가한 신진서는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횟수를 7회로 늘렸다. 국내에선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 조훈현 9단(9회)에 이어 4위로 뛰어올랐으며 중국 구리 9단(8회), 커제 9단(8회)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의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 40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 1300만 원)이다. 중국 바둑룰을 적용해 덤은 7집 반이며,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제2회 란커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번기 제2국
흑 신진서 9단(한국) 백 구쯔하오 9단(중국) 191수끝, 흑불계승
[장면도1] 신진서의 미스터리
우상과 우변 백이 엷어 흑이 재미있는 국면. 여기서 백이 1로 막아온 장면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해설자들이 나가끊을 것을 주문하는 자리에서 신진서는 하염없는 장고에 빠져들더니 흑2를 선택하고 만다. 백은 얼른 3으로 보강. 흑2는 미스터리였다.
[장면도1-1] 흑, 찬스를 놓치다
흑은 당연히 나가끊었어야 했다.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백8 다음 흑9가 좋은 수. 이하 흑13까지가 예상되는 진행인데 백은 왼쪽, 오른쪽, 아래가 사분오열된 형태라 괴롭다. 이 그림, AI는 흑의 90%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장면도2] 구쯔하오의 패착
백△로 젖혔을 때 흑1은 강수. AI는 흑1로 A를 추천하고 있었다. 여기서 백2의 뻗음이 구쯔하오의 마지막 패착이 되고 만다.
[장면도2-1] 알 수 없는 승부
백은 1쪽 단수가 정수였다. 계속해서 흑8까지는 외길수순으로 이 그림은 백도 상변 집을 잘 보존한 형태여서 아직 알 수 없는 승부였다.
[장면도2-2] 결정타, 흑2
백1 때 흑2의 끊음이 구쯔하오가 간과한 결정타. 백은 3 이하 최강으로 버텨보지만, 백11에 흑12로 잇는 수가 성립해 기회가 없다. 중앙 흑은 흑18 다음 백△와 A가 맞보기로 살아있으며, 좌상은 흑24로 걱정 없는 형태. 구쯔하오는 이후 몇 수를 더 두어보다가 돌을 거두고 말았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