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 “무리하게 밀어붙여” 전원일치 기각 결정…민주당 내부서도 신중 접근 목소리
검사 탄핵안이 기각된 것은 지난 5월 안동완 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보복 기소 의혹으로 탄핵 심판을 받았던 안 검사에 대해서도 헌재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재 재판관들 의견은 5 대 4로 갈렸다. 하지만 이번 헌재 판결은 명확했다. 재판관 전원이 ‘기각’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들조차 국회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앞서 2023년 12월 1일 민주당은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처남 마약 사건 수사 무마 의혹, 리조트 접대 의혹, 처남 소유 골프장 근무자 범죄 경력 불법 조회 의혹, 검사들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의혹 등의 이유였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보복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섭 검사가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태양, 직무집행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 “소추 사유가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국회 측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이정섭 검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국회가 탄핵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의미다.
안동완 검사에 이어 이정섭 검사 탄핵 청구까지 기각되자 여권에선 민주당의 탄핵 남발을 꼬집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이정섭 검사와 함께 탄핵소추가 통과된 손준성 검사(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형사재판 중이란 이유로 탄핵심판 절차가 중지된 상태다. 현재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헌재 기각 결정 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 식의 이번 표적 탄핵은 수사검사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일종의 사법테러”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두 달 동안 민주당은 무려 7건의 탄핵안을 남발했고, 그중에는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와 재판부를 겁박하고,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8월 29일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사람 하나하나를 보복하거나 정상 재판을 방해하려는 (민주당의) 목적이 배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사법이 보복과 사법 시스템의 진행 방해 용도로 쓰여선 안 된다. 결과가 어떻든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는 지경까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여야가) 서로 다짐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도 했다.
민주당에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기류가 강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재가 이정섭 검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향후 수사 및 검찰의 검찰 결과에 따라 검사 탄핵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완·이정섭 사례에서 보듯, 기각이 반복될수록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8월 30일 일요신문에 “이정섭 건의 경우 인용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는데 (전원일치 기각은) 다소 의외였다. 국회에서 준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4명 검사 역시 어려워 보이긴 하다”면서 “탄핵을 남발하기보다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