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의 감각 저하나 기억 상실로 나타나기도…어눌한 발음과 함께 현기증 나면 의심해야
전세계 사망 원인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뇌졸중은 현대인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2022년 발표된 세계뇌졸중기구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새로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 수는 122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졸중 환자 수는 2017년 약 57만 명이었으나 5년 만인 2021년에는 62만 명을 넘어서면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인자들로는 나이, 고혈압, 흡연, 비만, 좌식 생활 습관, 당뇨병 등이 있다. 최근 ‘메일온라인’은 두 명의 전문의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간과하기 쉬운 뇌졸중 경고 신호들을 소개했다. 전문의들은 자칫 별것 아니라고 지나칠 수 있는 증상들이지만 위험 인자들을 지니고 있다면 결코 지나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뇌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약 네 명 중 세 명은 영구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가령 걷기, 의사소통, 식사, 일상적인 업무나 간단한 집안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개 뇌졸중 증상은 FAST라는 네 글자로 기억되곤 한다. 얼굴(Face) 팔(Arms) 말투(Speech) 시간(Time) 등이다. 하지만 이 밖에 나타나는 애매모호한 증상들은 자칫 간과되기 쉽다. 가령 갑자기 현기증이 나거나,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증상들이다.
#신체 한쪽의 갑작스런 감각 저하
손 팔 다리 또는 얼굴 일부의 감각이 저하되는 경우다. 사실 이와 유사한 증상은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에든버러대학의 뇌졸중 의학 전문가인 마틴 데니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증상들은 신경 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시간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얼굴과 팔, 또는 팔다리에 동시에 갑자기 감각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우려할 만한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감각 저하가 FAST에 해당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와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의 시력 상실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면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력이 상실될 수 있다. 2017년 ‘뇌졸중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이와 유사한 시각적 문제를 경험했다.
데니스 교수는 “한쪽 시력 상실이나 복시(두 개로 보이는 증상) 모두 뇌졸중의 중요한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쪽 눈의 시력 상실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거나 하루 이상 지속되면 눈의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또한 뇌졸중 발병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교수는 이어서 “뇌졸중 환자는 갑자기 TV 리모컨이나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없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세수를 하거나 옷을 입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갑작스러운 기억 상실
비록 기억 상실 자체가 뇌졸중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기억 상실처럼 보이는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뇌졸중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기억을 잘 못하거나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은 뇌졸중의 징후일 수 있다. 다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마치 기억 상실인 듯 보일 뿐이다.
데니스 교수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기억 상실은 뇌졸중의 ‘드문’ 징후다”라면서 “실어증이나 언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말을 더듬거나 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읽고 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들은 질문에 답하지 못해 혼란스럽거나 기억을 잃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현기증
현기증(자신이나 주변 환경이 빙빙 도는 느낌)은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보통은 무해하며 중이염이나 두통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복시가 나타나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혹은 자세가 어정쩡하거나, 발음이 어눌한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면 뇌졸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데니스 교수는 “고립성 어지럼증은 매우 흔하며, 일반적으로 귀의 평형감각에 약간의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2016년 한 연구에 따르면, 어지럼증이나 현기증 증상을 동반한 뇌졸중 환자 가운데 매년 1만 5000~2만 5000명이 초기 오진으로 인해 심각하거나 혹은 미리 막을 수 있었던 피해를 입었다. 또한 2017년 별도의 연구에 따르면 전형적인 뇌졸중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환자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현기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
드물지만 갑작스럽게, 그리고 심하게 나타나는 두통은 뇌졸중의 징후일 수 있다. 데니스 교수는 “대개는 편두통과 관련된 경우가 많지만 간혹 지주막하 출혈 또는 뇌출혈을 의미하는 증상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흔하지 않은 유형인 지주막하 출혈은 뇌 주변 공간에서 발생하는 출혈에 의한 뇌졸중이다. 뇌를 감싸고 있는 얇은 조직층 사이의 출혈은 종종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장애를 초래하거나 혹은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런던 채링크로스 병원의 선임 뇌졸중 전문의인 조셉 콴 박사는 “두통은 오경보를 울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뇌졸중의 위험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목넘김 장애
목넘김 장애 자체가 뇌졸중의 징후인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그럼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간과해선 안 된다. 데니스 교수는 “이런 경우 음식물이나 액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들어 질식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면서 “이런 경우 뇌졸중을 겪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증상이 “거의 항상 팔다리나 얼굴 근육의 쇠약이나 어눌한 말투 또는 말더듬 등 다른 뇌졸중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또한 데니스 교수는 “삼키는 동작은 뇌가 여러 근육을 조율해서 실시하는 복잡한 작업이다”라면서 “뇌졸중으로 인해 뇌의 해당 부위가 손상되면 삼키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뜻하는 연하 장애는 미국에서 최대 1500만 명, 영국에서 약 400만 명의 성인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졸중 시간싸움 ‘FAST’ 네 글자를 기억하세요
FAST를 기억하면 뇌졸중의 위험이 있는 사람을 더 빨리 식별할 수 있다.
얼굴(Face):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거나, 미소를 짓지 못하거나, 입이나 눈이 처져 있다.
팔(Arms): 뇌졸중이 의심되는 사람은 한쪽 팔에 힘이 없거나 감각이 없으며, 양쪽 팔을 동시에 든 채로 있을 수 없다.
말(Speech): 말이 어눌하거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며, 심지어 깨어 있는 듯 보이지만 전혀 말을 못할 수도 있다.
시간(Time): 위의 징후나 증상이 보이면 즉시 119로 전화해야 한다. 뇌졸중은 시간 싸움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