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김건희 여사 ‘불기소’ 최재영 목사 ‘기소’ 권고…이대로 가면 ‘김 여사 봐주기’ 비판 불 보듯
검찰이 고심에 빠진 부분이다. 앞서 김건희 여사 수심위에서는 명품백 등이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며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는 민원 청탁이었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수심위 결론대로만 가면 ‘김건희 여사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단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원래 방향대로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불기소하는 쪽으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수심위보다 당초 검찰 판단대로 가는 셈인데 곧 심 총장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8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기소’ 결정
9월 24일 열린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심위는 늦게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검찰에서는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포함한 수사팀 전원이 참석해 최 목사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오후 5시께 최 목사를 대리하는 류재율 변호사가 약 2시간에 걸쳐 이를 반박하는 설명을 했다. 위원들은 오후 8시를 전후해 검찰 수사팀과 최 목사 측이 퇴장한 뒤 내부 토론을 시작해 오후 10시 15분께 심의를 마치고 결론을 냈다.
보기 드문 수심위였다. 피의자(최 목사)가 ‘처벌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수심위였기 때문이다. 김 여사 수심위 때는 검찰과 피의자(김 여사)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24일 열린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명백한 청탁이었다(최 목사)’와 ‘죄가 되지 않는다(검찰)’의 의견이 나뉘었다.
수심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치열하게 엇갈렸다. 결국 다수결로 결론을 냈는데 기소 의견이 8명, 불기소 의견이 7명이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 화장품·가방 등을 선물하는 시점에 최 목사가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한 점을 미뤄볼 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최 목사 측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린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가방이 축하 또는 접견 수단이었을 뿐 직무 관련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명 차이로 다수 의견이 되지 못했다.
수심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 세 개 혐의도 심의했지만 이 세 혐의는 별도의 이견 없이 ‘불기소’ 처분으로 뜻을 모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수심위 뒤집고 두 명 모두 불기소 보고
검찰이 고심하는 것은 ‘결론’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명분이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이미 ‘불기소’로 방점을 찍은 상태였지만 최 목사 수심위가 최 목사에 대해 기소 의결을 하면서 상황이 조금 꼬이게 됐다.
최 목사 기소를 결정하면 수수자도 ‘기소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최 목사 기소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 것이기에 검찰은 수수자인 김 여사는 물론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서 공직자는 본인의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신고해야 하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은 내란·외환 관련 혐의를 제외하면 재직 중 형사소추되지 않지만, 퇴임 뒤 처벌을 위한 기소중지는 가능하다. 최 목사를 기소한다는 뜻은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을 배제하고 갈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여사는 처벌받지 않고 최 목사는 처벌받는 구조가 되면 엄청난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 계획대로 최 목사를 처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 최 목사 말처럼 “피의자는 유죄를 주장하는데 정작 검찰이 처벌하지 말자고 하는 셈”이 된다. 또 검찰은 규정상 수심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존중해야 하는데 이에 반하는 모양새도 부담이다.
#수심위 ‘기소’ 의견 배제한 검찰 수사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9월 26일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처벌할 수 없다는 쪽으로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 권고는 강제성은 없지만 검찰은 2018년 이후 15차례 열린 수심위에서 기소 권고 사건을 한 차례도 불기소 처분한 적이 없다. 되레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등 수심위가 불기소 권고한 사건을 기소한 적만 있다.
이 지검장의 보고를 받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조금 더 고심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뒤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불기소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이번 정권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수심위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지만 수심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법리에 대해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이를 곧바로 심우정 총장이 결정하면 정치적 비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여론과 정치권에서 나오는 반발까지 고려해 결정 시점을 정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원석 향하는 비판
검찰 안팎에서는 임기가 끝나기 전 사건 결정을 짓지 않고 최 목사 수심위까지 개최한 이원석 전 총장에 대핸 비판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 목사의 이야기도 들어줘야 한다면 첫 수심위 때 모두 반영했어야 하는데 이원석 전 총장이 김 여사 수심위에서 불기소 의결이 나오니 이를 뒤집기 위해 최 목사 수심위도 열었다는 생각을 다수가 하고 있다”며 “이원석 전 총장이 자신의 말을 지키지 못하고 가면서 검찰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목사가 검찰 판단에 불복해 항고 및 재항고, 법원에 재정신청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시작된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계속될 여지가 높다”며 “검찰이 어떤 명분과 이유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심우정 총장도 수사팀의 보고를 받고 이를 계속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