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주는 정현우와 비슷한 수준일 듯…실력 떨어지지 않는다”
키움 히어로즈는 추석 명절이었던 9월 17일 신인 선수 14명과 모두 계약을 완료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1순위 정현우의 계약금은 5억 원이었다. 키움은 구단 역대 최초 1순위 지명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5억 원이라는 금액을 책정했고, 정현우도 키움의 대우에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정현우의 5억 원은 장재영(9억 원), 안우진(6억 원)에 이어 구단 3번째로 많은 계약금이었다.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에 입단했던 장재영은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손쉽게 던지는 특급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키움은 장재영에게 KBO리그 역대 2위(1위는 KIA 한기주 10억 원), 구단 역대 1위인 9억 원의 신인 계약금을 안긴 바 있다.
정현우에 이어 시선이 쏠리는 건 전체 2순위 한화 정우주와 전체 3순위 삼성 배찬승의 계약금이다. 역대 신인 계약금을 살펴보면 전체 1순위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2순위는 거의 없었다.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되기 직전 해인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동주가 앞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4억 원)보다 1억 원을 더 받아 5억 원에 계약한 적은 있었다. 당시 한화는 고향팀 KIA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문동주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김도영보다 더 높은 금액의 계약을 안겼고, 덕분에 문동주는 그해 ‘신인 최고 계약금’이라는 타이틀은 얻어낼 수 있었다.
2024 신인 드래프트 최고 계약금은 3억 5천만 원이었다.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와 2순위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나란히 같은 금액을 받았고, 3순위 전미르(롯데)는 3억 원의 계약금에 만족했다.
그렇다면 한화는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주(덕수고)에게 어떤 대우로 자존심을 살려줄까. A 구단의 B 단장은 한화가 키움 정현우 못지않은 계약금으로 정우주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현우와 정우주는 신인 유망주들 중 모든 구단의 인정을 받은 최고의 투수였다. 키움이 정우주를 지명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한화가 이전 신인 문동주에게 김도영보다 1억 원 더 많은 5억 원을 챙겨준 건 보직이 투수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현우, 정우주 모두 같은 투수이고, 둘 다 최고의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라면 정현우의 계약금이 기준이 돼 정우주한테 비슷한 금액의 계약금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정우주는 신인 선수들 중 최고의 구속인 156km/h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 아닌가. 그간 드래프트에서 투수, 특히 강속구 투수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B 단장은 정현우, 정우주만큼은 전체 1, 2순위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우가 1순위 지명을 받았다고 해서 정우주가 1순위보다 떨어지는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단의 기호 차이로 순위가 갈린 만큼 한화에선 정우주의 기를 살려주는 의미에서 정우주한테도 5억 원의 계약금이 제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우주가 5억 원의 계약금을 받게 된다면 문동주, 김서현(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이어 다시 5억 원의 신인 선수가 등장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체 3순위 삼성 배찬승은 어떤 규모의 계약을 맺게 될까.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의 1차지명 또는 1라운드 1순위 선수의 계약금을 살펴보면 3억 5000만 원을 넘긴 선수가 없었다. 2018년 최채흥, 2019년 원태인, 그리고 2021년 이승현이 3억 5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삼성 1순위 육선엽은 2억 5000만 원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배찬승의 계약금 관련해서 C 구단 관계자는 “3억 5000만 원에서 4억 원 사이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삼성 구단에서도 여러 상황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라운드 5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KIA가 김태형(덕수고)과 3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보다 앞선 순위인 1라운드 3순위 삼성이 배찬승한테 5순위 김태형과 똑같은 금액을 안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억 원보다 더 높은 금액일 수밖에 없을 텐데 추정해보면 3억 5000만 원 또는 4억 원일 가능성이 높다.”
신인 선수의 계약금은 상징성과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계약금 책정을 하면서 다른 팀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삼성이 과연 1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없었던 4억 원의 신인 계약금을 책정할지, 아니면 최채흥, 원태인, 이승현이 받았던 수준의 3억 5000만 원에 배찬승과의 계약을 마무리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편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인 키움 정현우에게 프로 입단하면서 받게 되는 계약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정현우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계약금은 모두 부모님께 드리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계약금의 일부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정현우는 “나는 첫해 받는 연봉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며 계약금은 그동안 고생한 부모님의 몫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