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서 진행된 ‘탄핵의 밤’ 행사에 ‘빌드업’ 시선…11월 이 대표 1심 선고 앞두고 속도전 분석
9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핵의 밤’ 행사가 열렸다.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개최한 행사였다. 장소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대관했다. ‘탄핵’이라는 민감한 키워드가 들어간 행사 개최에 야당 현역 의원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 대해 여당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9월 28일 논평을 통해 “국회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몰상식한 집단에게 단 한 뼘도 공간을 내줘선 안 된다”면서 “헌정 질서 파괴를 의도하는 행사가 국회에서 개최된 것이 민주당 ‘빌드업’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강득구 의원을 즉시 제명하고 ‘탄핵 연대’도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송 대변인은 “11월로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위반 사건 선고 등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도저히 무죄를 받을 길이 없는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을 위태롭게 하려는 빌드업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탄핵은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고 했다. ‘탄핵 빌드업’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는 일환인지 여부에 대해 강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과 이 대표 방탄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반헌법적 행태를 막지 못하면 탄핵 열차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이 장소 대관을 주선한 ‘탄핵의 밤’ 행사의 주최 단체는 촛불행동이다. 촛불행동은 2022년 설립된 뒤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다. 2020년 결성된 광화문 촛불연대가 2021년 검언개혁 촛불행동연대로 간판을 바꿨고, 2022년에 촛불행동으로 다시 콘셉트를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주도한 단체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장외 ‘탄핵 요구’ 시민단체와 협력한 것이 탄핵 빌드업 본격화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각종 사건 1심 재판을 앞두고 본격적인 속도전에 돌입한 것”이라면서 “맞기 전에 때린다는 취지로 탄핵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을 빌미로 탄핵 가능성을 간만 보다가, 이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모양새”라면서 “윤석열 정부 계엄령 의혹을 띄우며 ‘서울의 봄 4법’을 발의한 것을 보거나, 탄핵의 밤 행사 장소 대관을 주관한 것을 보면 탄핵 군불을 지피기 위해 쓰일 장작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지속적으로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풀어 낼 여러 키워드 중 하나로 탄핵이 장외에서 거론되고 있고, 그런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탄핵의 밤’이라는 행사가 국회에서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정치권 해석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는 11월에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몽골기병이 탄핵열차를 향해 더욱 빠르게 달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선 법조인 출신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구체적인 탄핵 요건을 검토하는 단계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혐의 재판까지 시작된다면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 측은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 관련 재판부 재배당 요청을 한 상태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유죄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요청이다. 이를 두고 여당은 이 대표 측이 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선거법위반,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치르는 게 상황상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 재배당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시간을 잠시 벌 수 있는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 대표 사건을 확정하기 전까지 속도전을 통해 탄핵을 현실화하는 전략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재명 대표가 대권을 꿈꾸고 있는데, 각종 재판 1심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당 내부에서 이탈 세력이 등장하고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식으로 탄핵이라는 키워드를 표면화시킨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민주당이 계엄령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탄핵 리허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혹시라도 거리로 저항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경우 군을 비롯한 공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일환의 빌드업일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