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연관설 ‘휴림로봇’의 시세조종 의혹 살펴…당시 상당수 혐의 확인, 처남 민씨 ‘엔엔티’ 주가 논란도
#"주가조작 조사 중…" 이례적 공개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 돌입한 이상거래 심리 결과를 최근 넘겨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원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사건을 검찰로 넘길 수 있다고도 했다.
이번 조사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테마주'로 갑자기 거론된 2023년 5~7월 속칭 '작전세력'이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이 기간 삼부토건 주가는 주당 1000원대에서 5000원대까지 약 5배 급등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주가가 하락하며 올 8월부터는 1000원 아래까지 내려온 상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채 해병 순직 사건을 계기로 사안이 공론화했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발원지인 '멋쟁해병' 단체 채팅방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 아무개 씨에 2023년 5월 14일 보낸 "삼부 내일 체크하고" 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이날 직후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지난 9월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그와 김건희 여사가 2020년 9월부터 한 달 동안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과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증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특정 기업에 대한 주가조작 조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 이 원장이 이례적으로 조사 사실을 공개했다는 분석이다.
#이종호 연관 의혹 '휴림로봇'의 전과
그런데 금감원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삼부토건을 인수한 'DST로봇(현 휴림로봇) 컨소시엄'의 시세조종 혐의를 2018년 살폈다. DST로봇 컨소시엄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가 삼부토건 주식을 놓고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정보를 접하고서다.
공교롭게도 DST로봇은 최근 이 전 대표와 연관된 기업이란 의혹이 짙어진 곳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서 이 전 대표는 올여름 한 지인에 "요즘 이큐셀 인수 문제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 시기 이큐셀 인수를 시도한 곳이 휴림로봇(전 DST로봇)이다.
2018년 조사의 경우 그해 4월 17일 삼부토건 주가는 주당 6750원이었다. 그러다 5거래일인 지난 4월 24일 돌연 1만 2300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이날 삼부토건이 북한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오보였다. 삼부토건은 보도 후 사흘 지난 4월 27일에야 대표이사 명의로 잘못된 기사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우선 삼부토건이 오보를 바로잡은 4월 27일은 금요일이었다. 주식 장이 쉬는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인 4월 30일, 이날은 삼부토건 3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일부 기업들의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날이었다. 이에 따라 DST 컨소시엄 참여자 가운데 일부는 주식을 전량 매도하며 30%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이는 DST로봇 등이 통정매매 등 여러 형태로 이들 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줬단 의혹으로 이어졌다. DST로봇과 각 유상증자 참여 기업 및 계열사에 속한 인원들이 사적 관계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던 까닭에서다. 또 DST로봇의 당시 고문 등 고위 인사가 과거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실형을 선고받은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은 이때도 증시 여파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상당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 신고자가 금융위원회를 통해 '시장 불공정거래 조치에 기여했다'며 2019년 2회, 2020년 1회 총 3차례에 걸쳐 3000만 원 넘는 포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9년 불공정거래 신고자에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한 해 통틀어 2건에 불과했다. DST로봇 주가조작 사건 포상금이 유일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흔치 않은 경우란 의미다. 2020년에는 총 5건을 지급했다. DST로봇은 금감원 조사가 한창이던 2019년 3월 회사 이름을 '휴림로봇'으로 바꿨다.
#이종호와 처남의 주가 논란 '되풀이'
이 전 대표는 휴림로봇은 물론 삼부토건하고도 아예 무관하다는 입장을 언론에 여러 차례 해명해왔다. 일요신문에도 "저는 삼부토건은 물론 휴림로봇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수사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 계좌 내역도 전부 제출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와 삼부토건 주가조작 연루설은 꾸준하다. 채 해병 구명로비 의혹 공익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평소에도 삼부토건 관련 말을 자주 꺼냈다고 한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의혹 이전부터 주식 관련 논란을 일으킨 여러 기업에 몸담아 왔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처남이자 블랙펄인베스트 전 이사인 민 아무개 씨도 주목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023년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판결에 따르면 그는 주포 김 아무개 씨와 '원팀'으로 움직였다. 김 여사하고도 여러 번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전 대표와 민 씨는 비즈니스 인연도 깊다. 둘은 2018년 '비피아이홀딩스'에서 함께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이 전 대표가 '사이드인포' 등기이사, 민 씨가 '티티씨아이' 경영지배인을 지냈다. 민 씨는 2009년 '엔엔티' 사내이사, 2010년 '폴켐' 사외이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 중 가장 시선이 쏠린 곳은 코스닥 상장사 '엔엔티'다. 2006년 설립돼 인터넷 장비와 부동산 임대 등 사업을 한 곳이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51차례나 등기이사가 교체되는 등 행보가 석연찮았다. 2년 이상 등기된 인원이 단 1명, 1년 이상은 7명에 불과하다. 민 씨도 2009년 3월부터 그해 5월까지 고작 2개월 사내이사였다.
민 씨가 등기이사였던 2009년 4월, 이 전 대표가 120만 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 후 엔엔티는 호재도 없이 주가가 급등해 코스닥 관리종목에 올랐다. 와중에 에이스일렉트로닉스란 곳이 돌연 최대주주로 등장하며 상한가를 더 이어갔다. 민 씨가 사내이사를 지낸 폴켐도 이유 불명 상한가로 코스닥 관리종목에 지정되긴 마찬가지였다.
엔엔티 주가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 '거짓정보를 통한 주가부양' 양상이 삼부토건 이슈와 비슷하다. 예컨대 엔엔티는 2011년 사명을 평안물산으로 변경, 한 의류 기업과 협력해 이 회사 상장 계획도 공시했는데 허위로 드러났다. 결국 엔엔티(평안물산)는 2012년 제재금을 부여받고 상장 폐지됐지만, 이미 수차례 상한가를 기록한 뒤였다.
앞으로 남은 관심사는 이 전 대표 등과 삼부토건의 연결고리다. 특히 조남욱 전 회장 체제의 삼부토건과 연관성 규명이 과제로 꼽힌다. 이 전 대표가 평소 "우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결혼시켰다"는 말도 했었다고 전해져서다. 그간 윤 대통령 부부 결혼은 조남욱 전 회장과 주변인들이 도왔다고 알려져 왔다.
이 지점에선 엔엔티에서 민 씨의 바통을 받아 사내이사가 된 인물이 눈에 띈다. 민 씨와 1970년생 동갑내기 황 아무개 씨다. 그는 2009년 5월부터 10개월 재임했다. 황 씨는 '유러피안리조트' 출신이다. 유러피안은 조남욱 전 회장 둘째 아들 조시연 전 삼부토건 전무와 결탁해 여러 문제를 일으킨 건설 시행사다.
삼부토건 뒤흔든 '유러피안리조트' 사업 뭐기에
유러피안리조트(유러피안)는 충남 태안의 유러피안복합테마리조트 설립 사업을 추진한 시행사다. 이 사업은 조남욱 전 회장 일가의 삼부토건 퇴장을 가속화한 계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8년 조남욱 회장 차남 조시연 당시 삼부토건 전무(이후 부사장)가 경영권을 노리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그 과정에서 유러피안과 결탁해 회사를 위기에 빠트렸다는 게 핵심이다.
해당 사업은 애초부터 힘들었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시행사 유러피안이 무자본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러피안은 2008년 삼부토건에 대출보증과 시공을 부탁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삼부토건은 1440억 원 대출지급보증을 서주고 시공에 나섰는데, 2011년 재정난 등으로 공사를 포기하며 2000억 원 손실만 입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조시연 전 부사장이 유러피안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뒤늦게 불거졌다. 수사에 돌입한 수원지방검찰청은 2013년 조 전 부사장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1·2심에서 전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대법원까지 갔지만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일요신문은 당시 수원지검의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공소장과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유러피안한테서 2008~2011년 11차례에 걸쳐 총 12억 2500만 원을 받았다. 이 돈이 오간 과정에선 토목업체 관계자 등 여러 인물이 '브로커'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유러피안을 끌어들여 적대적 M&A(인수합병)도 시도했다. 형 조남원 부회장의 입지를 축소하고자 유러피안 측에 삼부토건 기밀자료를 건네고 회사에 대한 고발·진정 등을 남발하도록 했다. 유러피안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삼부토건 건물을 무단 점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고 검찰은 봤다.
당시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황병하)는 2015년 1월 26일 판결에서 "부정 청탁이 결부되지 않았더라면 삼부토건 회장 아들인 조시연 전무에 거액이 전해질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조 전무는 죄질이 불량함에도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등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