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이익 독식하고 도시재단 막대한 수수료 챙겨…문제 해결 안된 채 도시 시티즌 없애고 디앱 이전 방침
최근 논란이 된 ‘도시’(DOSI)가 표방한 문구다. 라인넥스트의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 도시가 자전거래 방치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더군다나 최근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일부 이용자들이 조직적으로 자전거래를 통해 리워드를 부정 수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어 단어에서 이름을 딴 도시는 ‘라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앞서 인용한 문구처럼 라인이 만들었다는 것을 표방했다. 라인 산하 ‘LINE NEXT’ 미국 법인이 2022년 9월 14일 출시한 NFT다. 도시는 ‘전 세계 창작자, 팬덤, 기업들이 만들어나가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가상의 경제 활동을 만들어나간다’는 취지에서 출시됐다. 최근 네이버 라인의 ‘핀시아’(Finschia)가 카카오의 ‘클레이튼’(Klaytn)과 합병하며 ‘카이아’(Kaia)로 통합된 바 있다. 라인의 몇 안 남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도시라고 볼 수 있다.
도시에 투자한 J 씨는 초기 도시가 내놓은 방향이 마음에 들어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J 씨는 ‘도시 시티즌(DOSI Citizen) NFT를 보유할 경우 라인 NFT 마켓에서 마켓 수수료와 지원받은 금액을 수익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대기업 사업모델이니까 망하진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샀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도시는 초기 레벨1 단계 NFT가 1만 개였다고 가정하면, 대략 투자자가 1단계 NFT 5개를 모으면 2단계 NFT 1개로, 2단계 NFT 10개를 모으면 3단계 NFT 1개로, 3단계 NFT 15개를 모으면 4단계 NFT 1개로 교환할 수 있었다. 보유한 NFT와 레벨에 따라 매주 포인트를 받는다. 도시 투자자들은 이렇게 NFT를 모아서 레벨을 올려 더 많은 포인트를 받는 게 목적이 됐다. 이 포인트가 1000점이 되면 5만 원 상당의 1단계 NFT 하나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이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투자자에게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NFT와 포인트를 받게 되며 새로 받은 NFT는 기능상 차이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포인트 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급만 늘어날 뿐 소각이 없기 때문에 NFT 자체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에 있었다. 다만 투자자들은 도시 측이 내놓은 밝은 미래만 보고 ‘레벨을 올려 추후 더 많은 보상을 받자’며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 J 씨는 “쌀 때 미리미리 많이 사놓자”는 심리였다고 설명했다.
약 1년 반 뒤인 2024년 2월 NFT 가격은 초기 가격에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에 도시 대표도 투자자 20명과 오프라인 미팅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당시 도시랜드(DOSI Land)라는 이름으로 핀시아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일종인 SCR(서비스 기여 보상)을 랜덤으로 지급했는데, 이 지원금을 거래량에 따라 주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지원금은 1주에 62만 개 카이아로, 당시 가격 약 2억 원이었다고 전해진다.
20명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5월 말부터 랜 분배를 종료하고 거래량에 따른 분배인 ‘DOSI Challenge’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큰손을 뜻하는 ‘고래’ 몇 명이 거래량 이벤트 리워드를 노리고 통정 거래와 자전거래를 시작했다. 거래량을 뻥튀기 하면서 이들이 리워드를 독점했다.
지원금 독식 문제가 단순한 이익 편중을 넘어 전체 생태계와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관련 정보를 다루는 텔레그램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는 “SCR 지원금의 불공정한 분배는 마치 국가 보조금을 일부 기업이 부정 수급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단순히 누군가 이익을 얻었다는 차원을 넘어, 전체 시스템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창호 씨는 “SCR 지원금 독식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핀시아 혹은 카이아를 뿌려서 늘어나는 유통량으로 인해 기존 코인 보유자들의 자산 가치가 희석된다. 이는 사실상 모든 도시 NFT 보유자들뿐 아니라 핀시아, 카이아 투자자까지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해 일부 투자자만 배불리고 있는 셈이다. 둘째 소수에 의한 지원금 독식은 갈등을 만들어 프로젝트의 본래 목적인 ‘전체 생태계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덧붙였다. J 씨는 “상위권 몇 명의 지갑을 보니 받은 카이아 지원금은 곧바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으로 보내 시장에 매도했다. 지원금이 저렇게 눈먼 돈처럼 시장에 풀리니 카이아 투자자들이 도시 이벤트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도시 챌린지 1주 차가 끝나자마자 투자자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운영사인 도시에 ‘자전거래 신고’, ‘통정거래 신고’ 등 자료를 올려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도시가 선발한 도시 어드바이저 3명이 자전거래에 직접 가담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충격은 더욱 확대됐다.
도시 어드바이저 3명이 자전거래에 직접 가담해 상위 1, 2, 3위 리워드를 독식하고, 심지어 부계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됐다. 한 어드바이저는 월 8000만 원 리워드와 어드바이저 활동비 1800달러를 합쳐 약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NFT 가격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만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 투자자는 “레벨4 도시 시티즌을 보유한 사람 중에서 어드바이저를 선발한 것으로 안다”면서 “어드바이저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크립토, 코인, NFT 등 웹3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본인 이득에 반하는 방향성 제시가 어렵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 돈으로 차라리 일반 유저에 대한 이벤트나 리워드를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에는 일반 투자자는 낄 수가 없었다. 지원금은 투자자들의 ‘부스트’ 점수와 거래 금액에 비례해 분배됐는데 부스트 점수는 사실상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약 10명 투자자들이 수억 원을 써서 부스트 점수를 달성한 뒤 자신들이 보유한 NFT를 특정 가격에 지속적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거래량을 부풀렸다. 비록 거래 시 10%의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거래금액과 부스트 점수로 인한 이득이 훨씬 커서 62만 카이아의 대부분을 독식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자전거래를 모의하는 카카오톡 대화방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특정 시간, 특정 가격, 특정 아이디로만 거래를 진행해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고수익 구조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투자자의 98%에 해당하는 일반 사용자들은 이러한 보상 시스템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부스팅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만 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했고, 자전거래 카카오톡 방에 속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거래 참여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챌린지가 시작한 지 20주 차가 지난 10월이 되면서 유저 불만은 폭발 수준으로 갔다. 자전거래를 지적하는 여론이 커뮤니티 내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조차 없었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J 씨는 “NFT 플랫폼을 운영하며 거래 수수료를 받는 도시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 NFT를 많이 거래한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지원금의 목표가 커뮤니티 활성화일 텐데, 일부 관계자가 자전거래로 이익을 얻으면 불만이 늘어나 커뮤니티에 악영향만 끼친다”고 말했다.
10월 10일 도시 측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형식 AMA(Ask Me Anything) 세션을 통해 투자자 커뮤니티와 소통과 플랫폼 변화를 발표했다. 이때 투자자 중 상당수가 자전거래 문제를 지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도시 측의 발표 주요 내용은 기존 웹2 NFT 플랫폼인 도시 시티즌을 없애고 라인의 ‘미니 디앱’(Mini Dapp)으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도시 시티즌을 없애는 대신 도시에서 추진하는 라인메신저 디앱의 미니 게임 얼리엑세스(사전 가입), 채굴, NFT 제공 등을 약속했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핀시아, 클레이 지원금을 수백억 원에서 계산 방법에 따라 1000억 원도 넘게 받아 놓고 이렇게 갑자기 사실상 사업 종료 해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도시 투자자들은 ‘도시 시티즌이 없어지고 미니 디앱으로 옮겨가서 혜택 몇 개 던져주면 우리 돈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좌절하게 됐다. ‘지금은 혜택이 없지만 나중엔 도시 시티즌 NFT에 다양한 기능이 생길 것’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니 디앱 사전 가입 등 혜택이 몇 만원 가치는 하겠느냐’는 우려가 퍼지면서 도시 NFT 가격은 폭락했다. J 씨는 “기존 투자 금액이 800만 원 정도인데, 사전 가입 혜택 등으로 20만 원은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AMA 나오기 한 달 전부터 산 가격의 20%에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AMA 이후에는 거래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라고 울상 지었다.
여기에 도시 측은 투자자들이 요구한 ‘자전거래’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AMA에서 질문 중 80~90%는 ‘자전거래 문제 왜 안잡느냐’였다고 한다. 도시 한 투자자는 “질문이 자전거래로 도배됐는데 대표가 이 악물고 안 읽고, 그 단어조차 안 쓰려고 하는 게 티났다”고 말했다.
라인넥스트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상 거래 유저에 대해서는 보상을 철회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라인넥스트는 “이미 이상 거래 자체 탐지 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으며, 사전에 해당 시스템을 통해 이상 거래를 방지했다”고 주장했다. 미니 디앱으로 옮겨간다는 악재가 나온 데다 자전거래 문제까지 해결이 되지 않으면서 AMA 직후 도시 NFT 가격은 다시 반 토막이 났다.
J씨는 “현재 거래의 99.9%가 자전거래이고, 실제 거래는 0.1%에 불과하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J 씨는 “자전거래로 인한 수수료로 도시가 지원금의 약 40%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도시재단의 수입이 되고 있다”면서 “극소수 고래만 자전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도시재단은 지원금과 수수료를 챙기고 높은 거래량으로 홍보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며 이 상황이 의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J씨는 “내가 대표라도 자전거래를 방치할 것”이라며, 현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J 씨는 “자전거래를 단속하면 62만 카이아의 분배가 불가능해지고, 도시 재단에게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창호 씨는 “라인넥스트가 지원금 명목으로 수령한 자금을 다 회수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암묵적으로 방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전혀 막을 의지가 없다”면서 “도시는 자전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거래 수수료를 통해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다시 회수하고 있다. 사실상 지원금 세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도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내부고발자도 나왔다. 도시 NFT 자전거래로 지원금을 나눠 먹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던 내부고발자가 대화방에서 나눴던 대화 전체를 공개한 것이다. 이 대화방에는 약 34명(부계정 포함 시 실제 20명 정도로 추정) 참여자가 있었으며 앞서 말했던 라인넥스트의 어드바이저 3명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방에는 라인넥스트 직원도 있어 사실상 도시가 자전거래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카카오톡방의 참여자들은 조직적으로 자전거래를 통해 리워드를 독식했다. 특히 최상위권 사용자는 3개의 계정을 운영하며 매주 약 2500만 원, 20주 동안 총 5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투자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절반은 수익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톡방에 있던 A 씨는 “돌리고 돌리면 금방 채운다. 한 5분이면 10번도 넘게 거래한다”면서 “(도시가) 우리 인건비 개무시한다. 20명이 5분씩 7일이면 12시간이다. 우리 시급 3만 원 잡아도 36만 원이다”라는 얘기를 올렸다. 이들은 빠르게 자전거래, 통정거래를 돌리기 위해 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어드바이저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도시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디스코드에서 한 어드바이저는 “담합한 적 없다”며 “부스팅 수치에 비례해서 더 많은 리워드를 받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각자 부스팅 수치에 맞는 리워드를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또 이 어드바이저는 “NFT는 증권도 아니고 애초에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도 아니며, 시티즌 서비스 이용약관에 명시된 내용을 위배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드바이저는 문제제기에 대해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는 “한 단계 뒤에서 보니 참여한 사람이 죄인 같지? 두 단계 뒤에서 보면 너도 똑같다”면서 “네가 들고 있는 NFT가 그것밖에 없으니 그거나 하면서 수익을 취했겠지. 다른 사람들은 NFT가 있어서 그걸로 수익을 취한 거라고. 이해가 안 가?”라고 말했다.
10월 18일 도시 NFT 측은 최근 제기된 자전거래 방치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DOSI 팀은 “비정상 거래에 대한 제재를 일관되게 시행해 왔으며, 전체 참가자의 7% 이상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도시 측은 비정상거래 허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챌린지 프로그램이 모든 유저에게 개방된 공정한 보상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도시는 ‘참가자가 늘수록 보상이 더 넓게 분배되며, 소수의 독점이나 고정 보상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을 두고 커뮤니티에서는 ‘엉뚱한 소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특정 주체가 지속적으로 고정보상을 받아온 게 사실로 드러나도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들은 “자폭이냐?”, “최소한의 사실 관계 확인이나 카톡 내용을 본 게 맞냐. 자전거래 카톡방 내용 등이 공개돼도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항상 도시는 귀 닫고 ‘우린 정상이다’라고 외쳤기 때문에 또 이럴 줄 알았다. 일부 사람들은 이번 주도 열심히 자전을 돌리겠군”이라고 말했다.
변창호 씨는 이번 도시 NFT 프로젝트 지원금 독식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변창호 씨는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대기업에서 이런 자전거래를 방조하고, 막대한 수익을 홀더들로부터 갈취한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윤리 문제를 넘어 금융 당국의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만약 이번 사례마저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 없이 넘어간다면, 사실상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적인 이익 추구가 묵인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