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일본, ‘한국 천적’ 있는 호주·대만 경계
#대표팀은 세대교체 중
야구 대표팀은 지난 국제대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올림픽 야구(2021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또 다시 1라운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천명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참가 연령에 스스로 제한을 뒀다. 우려가 따랐으나 20대 초중반으로 대거 구성된 선수단은 대회 4연패를 이뤄냈다. 이들을 주축으로 한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었으나 세대교체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이다. 한 수 위로 여겨지는 일본을 상대로 승부치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부상, 한국시리즈 일정 등으로 정예 멤버가 꾸려지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프리미어12 역시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이 구성됐다. 국제무대에서 위상 회복을 바라는 대표팀의 목표는 2026년 나란히 열릴 WBC와 올림픽 호성적이다. 이번 대회는 이에 앞서 진행되는 중간 평가 격 대회가 될 전망이다.
팀을 이끄는 류중일 감독은 대회 목표를 "4강(슈퍼라운드) 진출"로 설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6개국이 맞붙는 조별리그에서 2위 이내 순위에 진입해야 한다. 대표팀은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를 차례로 만난다.
#일본은 여전한 난적
최근 어려움을 겪던 한국과 달리 일본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득세를 해왔다. 지난해 WBC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석권했다. 일본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일부 자원이 빠졌으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한 강팀으로 분류된다. WBC와 올림픽 영광을 함께했던 인원 일부가 대표팀을 지키고 있다. 내야수 겐다 소스케와 쿠리하라 료야는 올림픽 금메달의 현장에 함께했던 이들이다. 겐다는 2023 WBC에서 한국을 상대로도 활약한 경험이 있다.
투수 타카하시 히로토와 토고 쇼세이, 내야수 마키 슈고는 오타니 쇼헤이와 같이 WBC 우승을 함께한 이들이다. 특히 타카하시 히로토와 토고 쇼세이는 치열했던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구원 투수로 등판, 무실점 피칭을 기록했다.
쿠바 대표팀도 일본 야구를 경험한 이들이 주요 전력으로 분류된다. 대회 로스터에 리반 모네이로, 라이델 마르티네스, 프랭크 알바레스 등이 포함됐다. 이들 모두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이다. 모네이로는 평균 자책점 1위, 마르티네스는 세이브 1위를 기록했다. 앞서 한국 대표팀은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지만 '일본파'가 합류한 쿠바의 전력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전 경험자' 경계령
호주는 우리나라에 2023 WBC에서 악몽을 안긴 국가다.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던 당시 대표팀은 첫 경기 호주전에서 7-8로 패배하며 좌절했다.
당시 호주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한 내야수 로비 그렌디닝은 이번 대회에도 나선다. 그렌디닝은 2023년 한국전에서 7회 역전을 만드는 3점 홈런으로 우리에게 아픔을 안겼다. 당시 큰 화제가 됐던 강백호의 '세리머니 주루사'를 만든 주역 역시 그렌디닝이다. 피츠버그와 캔자스시티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그는 현재는 호주와 멕시코 리그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트래비스 비자나도 호주에서 주목받는 자원이다. 2024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을 받은 내야수다. 호주 출신으로서 첫 번째 지명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대회 주요 길목에서 이따금 발목을 잡아온 대만도 우리에게는 부담스럽다. 이들 역시 한국전에 강했던 이들을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투수 장이는 2019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을 무너뜨린 주인공이다. 당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6.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0-7 완패를 당했다. 구원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천관위도 이번 대회에서 만날 수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에게 패배를 안겼던 린위민도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린위민은 본선 라운드 한국전에서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다만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린위민은 5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또 다른 '야구 강국' 도미니카 공화국의 전력은 이번 대회에선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리그 활약 선수가 적지 않지만 프리미어12에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다. 도미니카 공화국 현지 리그 역시 이번 대표팀 차출에 협조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합류가 유력하던 KBO리그 홈런왕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KT)도 로스터에서 빠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