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연하 탤런트와 호텔 들락 “대체로 사실” 시인…“‘실수령액 증가’ 공약은 지켜달라” 젊은층 의외로 관대
#총리지명 선거날 터진 스캔들
지난 10월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의석을 크게 늘렸다. 특히 국민민주당은 젊은 층의 지지로 기존 7석보다 4배 많은 28석을 얻어 일본 정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산술적으로는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당장 11월 11일 총리지명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야당 모두 국민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해진 상황이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대표는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정국의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다마키 대표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다. 11월 11일 오전 6시 주간지 ‘스마트플래시’는 인터넷판에서 “국민민주당 다마키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다카마쓰시의 관광대사를 맡은 탤런트 고이즈미 미유키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지난 10월 30일 심야에는 다마키 대표가 도쿄의 한 와인바에서 후드티 차림으로 나오고 약 20분 뒤 고이즈미가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불륜 의혹과 관련해 다마키 대표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된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라며 “가족뿐만 아니라 기대해 주신 전국의 많은 분들께 사죄드린다. 면목이 없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일을 통해 제대로 갚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거부했다. 당일 오후 열린 총리지명선거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재선출됐으나 불륜 스캔들의 파장 탓인지 세간의 관심은 다마키 대표에게로 집중됐다.
#대표 사퇴 여론 미지근한 까닭
일본 소셜미디어를 보면 “실망스럽다”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의 불륜 스캔들과 달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불륜은 가정의 문제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결과를 내면 된다” “비난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내뿐” “만회를 위해 공약으로 내건 ‘실수령액 증가’를 실현해주길 바란다” 등등 오히려 관대한 시선이 적지 않아 젊은 세대에게서 다마키 대표의 인기를 재차 실감케 했다.
국민민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소득 실수령액 증가’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대약진했다. 소득세 과세 최저한도를 103만 엔(약 935만 원)에서 178만 엔(약 1615만 원)으로 인상하고, 소비세와 전기료 인하 등 친서민 공약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아울러 “고령자 의료제도를 재검토해 일하는 세대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젊은 층 지원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중의원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 투표정당은 20대와 30대 모두 국민민주당이 가장 많이 뽑힌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세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젊은 층의 부담이 늘어나 기성 정치권에 불만이 쌓일 수 있다”며 “국민민주당이 젊은 층을 중시한 경제정책을 약속함에 따라 젊은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 다사키 시로는 “국민민주당 의원 28명 중 19명이 초선으로 사실상 다마키 대표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부재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민주당의 대표 공약 ‘103만 엔의 벽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에 ‘당 대표 교체보다 공약 실현’ 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일본은 연수입이 103만 엔을 넘으면 소득세가 부과돼 실수령액이 줄어드는데, 국민민주당은 “103만 엔의 벽을 허물어 달라”고 자민당에 요구하고 있다.
다만, 다사키 평론가는 2016년 불륜 문제로 의원직을 사직한 자민당의 미야자키 겐스케의 전례를 언급하며 “미야자키보다 무거운 자리에 앉아있는 당 대표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은 이상하다. 하물며 불륜 의혹이 있는 상대 여성은 다카마쓰시의 관광대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뭐든 매듭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도덕성과 개혁 이미지에 큰 타격
모처럼 여당을 상대로 존재감을 높여가던 국민민주당으로서는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민주당의 이토 다카에 참의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최악이다. 국회가 ‘대결보다 해결’ ‘정책 본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천재일우의 기회에 무슨 짓을 한 거냐”며 다마키 대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저널리스트 다테이와 요이치로는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소속 의원들의 윤리 의식이 문제가 된 만큼, 불륜 문제가 다마키 대표를 포함해 국민민주당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불륜 숙박비를 정당교부금 즉 혈세로 쓴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며 단순히 개인의 윤리관뿐만 아니라 정당의 ‘정치와 돈’ 윤리 문제도 추궁당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X에서는 다마키 대표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올해 4월 방위성 부대신(차관)을 역임한 미야자와 히로유키 자민당 의원이 ‘파파카츠(젊은 여성과의 조건 만남)’를 한 것으로 드러나 사퇴했다. 당시 다마키 대표는 “미야자와의 스캔들은 부대신에게도 시큐리티 클리어런스(Security Clearance·적격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적인 행동을 체크하는 국민민주당의 수정안을 도입해주길 바란다”라고 X에 썼다. 시큐리티 클리어런스란 안보상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의 자격을 정부가 평가하는 것으로 다마키 대표는 “미인계를 통해 정보를 빼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적 행동에 대한 체크’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글에는 “성적 행동을 체크하는 국민민주당 대표가 여성 문제를 일으켰다. 기막힌 부메랑이다” “남에게는 이런 말을 잘도 했는데 본인의 성적 행동은 어떻게 체크할까” 등 비꼬는 듯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