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부 관련 증언·증거 쏟아져, 수사 확대 여부 주목…야권, 검찰 수사 의지 비판 ‘특검’ 추진
정지은 창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월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것이 발부 사유다. 명 씨와 김 전 의원은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대가로 명 씨에게 돈을 건넨 예비 후보자 2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명태균 씨 영장청구서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와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주변에 이를 과시하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세비를 교부받고, 4선 국회의의원인 김 전 의원을 내세워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교부받았다”고 적시했다.
다만 명 씨로부터 촉발된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과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제보자 강혜경 씨 증언과 여러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강혜경 씨는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 당시 81차례에 걸쳐 3억 75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고,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및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민주당은 10월 31일 윤 대통령과 명 씨가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공천 후보 발표 하루 전날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그렇게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11월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천 시기에 내게 활발하게 소통한 기록을 다 확인해 봤다. 어느 도당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윤 대통령이) 나한테 ‘특정 시장을 공천 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서울에 어떤 구청장 공천을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는 말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혹시라도 검찰에서 조사하겠다고 하면 이미 나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들을 얘기해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명 씨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 역시 명 씨와 김 여사가 4·10 총선을 앞두고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실물을 공개했다. 명 씨는 “여사님 말씀대로 김해갑 경선도 참여하겠다고 기사를 내지만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다. 여사님이 이 부분을 해결해주세요”라고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여사는 “단수를 주면 나 역시 좋음.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부터 만나서 포섭해나가는 게 답”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김 여사가 공천에 관여했다는 물증이 나온 것.
명태균 씨가 창원국가산단 지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도 검찰이 이번에는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따르면 명 씨는 창원산단 발표 5개월 전인 2022년 10월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았고, 그해 11월 23일 국토교통부 실사단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아울러 명 씨가 창원산단 후보지 발표 하루 전에 강혜경 씨에게 현수막 제작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은 “명 씨가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 깊숙이 관여한 데는 그동안 친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소통해 온 김건희 여사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명 씨는 11월 9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 “나는 창원시에 제안만 한 것이고, 제안자이기에 내게 와서 그 제안을 듣고 거기에 맞춰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 번 만났다”며 “내가 제안한 건 300만 평인데, 제안한 대로 그게 국가산단이 이루어졌나”라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5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 씨도 김 여사로부터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점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 명 씨에게 대가성으로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수령 시점과 대가성 여부, 윤석열 대통령의 인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이 명 씨를 통해 윤 대통령 부부로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수사의 칼날을 윤 대통령 부부로 향할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 검찰은 늑장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2023년 12월 경남도선관위는 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 씨 등 5명을 수사 의뢰했다.
그런데 창원지검은 선관위 고발 이후 9개월 동안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했다. 명 씨 관련 언론보도가 이뤄지고 나서야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로 사건을 넘기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아울러 10월 10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격”이라며 특검을 추진했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수사 대상은 당초 13개에 달했는데, 수정안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 2개로 한정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분열을 노리는 꼼수 악법’이라며 반대토론을 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어 김 여사 특검법 관련해 당론으로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 역시 김건희 특검법이 정부로 넘어오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만 세 번째다. 하지만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증언과 녹취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특검법은 계속 거부된다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