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자 감염시킬라” 어르신들도 예방접종 러쉬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요즘 백일해가 대유행하면서 예방접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온다”고 밝혔다. 2종 법정감염병인 백일해는 백일해균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질환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어 예방접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달간 온종합병원은 성인 1명, 소아 10명 등 모두 11명의 백일해환자를 치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성인 27명, 소아 11명 등 모두 40명이 예방백신을 접종했다. 성인 접종자의 경우 대부분 30대와 50∼60대였다.
올해 예순다섯인 김 모 할머니는 “최근 병원에서 백일해 예방백신을 접종한데 이어, 주사 맞기를 싫어하는 남편에게도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은 것은 출산을 한 달여 앞둔 딸과 손자의 건강을 위해서다.
딸 부부가 집 가까이 사는 데다 맞벌이 부부인 까닭에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라도 육아를 맡아야 할 형편이어서 행여 자신이 ‘귀한 손자’를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백신접종을 한 것이다. 김 씨는 함께 사는 남편 역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매일 보채고 있다.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백일해는 올해 11월 첫 주 기준으로 의사환자 포함해 총 30,332명의 환자가 신고됐으며, 특히 7∼19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3∼19세가 45.7%(13,866명), 7∼12세가 42.0%(12,725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87.7%(26,591명)를 차지하고 있다.
0∼6세도 전체 환자의 3.3%인 1,008명으로, 지난 8월 이후 증가하는 추세여서 어린이와 청소년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급기야 지난 11월 4일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가 백일해 증상 악화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숨졌다. 이 환아는 백일해 1차 예방접종 시기 이전이어서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종합병원 감염병센터 오무영 센터장(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백일해는 감염 시 중증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후 첫 접종(2개월) 이전 영아가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온종합병원 감염병센터 측은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는 빠짐없이 2·4·6개월에 제때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면역저하자나 중등증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 영유아의 부모 등 돌보미, 의료종사자 및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올해 백일해 유행 상황을 고려해 백신 접종할 것을 당부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