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레전드’ 부친 그늘 벗어나 다른 길 걷기로 “빠르게 사는 삶 무의미, 속도 늦추고 싶었다”
‘모토2 월드 챔피언십’에서 몇 차례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2016시즌에서 16위를 기록하면서 경력의 정점을 찍기도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기대가 높으면 부담도 큰 법이다.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선수 생활을 해왔던 그는 결국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싱에서 잠시 벗어나 패션 모델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던 것.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패션 모델로 활동하던 중 모습을 감췄던 그는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근황이 다시 대중에게 알려진 건 2019년이었다. 맨발로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하면서 인생의 대전환을 꾀했던 그는 남루한 차림으로 세계 여행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의 삶을 뒤로 하고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면서 지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위에서 만난 기자에게 그는 “어느 순간 이렇게 빨리 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후에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배낭만 메고 걷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가장 최근에는 파키스탄을 걷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굵게 딴 레게 머리에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 맨발로 걷고 있던 그는 “지난 6년 동안 이렇게 맨발로 다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까맣게 굳은 살이 박힌 발바닥을 보면 실제 그가 얼마나 수많은 고난을 겪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동쪽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다고 말한 그는 “점점 더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걷고 있다…어느 순간, 삶에서 쌓아왔던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걷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라며 경지에 도달한 듯한 심정을 밝혔다.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를 통과할 생각이었지만 비자 문제로 국경을 넘지 못한 그는 현재 중국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인도로 건너가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