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직송만으론 한계, 중간유통사 확보 관건…쿠팡 “지역과 산지 연결, 더욱 활발해질 것”
#‘프리미엄 프레시’ 전략 시장에 먹힐까
쿠팡이 직매입 고품질 과일에 한정해 ‘프리미엄 프레시’ 라벨을 붙여 판매에 나선다. 쿠팡은 2024년 12월 말 기존 프리미엄 식품 전문관 파인 테이블을 ‘로켓 프레시 프리미엄’으로 리뉴얼했다. 정육, 수산, 과일, 베이커리 등 총 12개 상품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 중 일부 과일 상품에 한해 별도의 ‘프리미엄 프레시’ 상표를 붙여 팔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쿠팡은 2024년 12월 24일 ‘쿠팡 프리미엄 프레시’ 상표 18건을 신규 출원했다. 지정상품에 신선한 과실, 채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어패류나 냉동생선·고기, 유제품·유가공식품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과일에 이어 상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로 공산품 판매에 있어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포화 상태 속 쿠팡은 신선식품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로켓 프레시’를 출시했고 2020년부터는 ‘로켓 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도 론칭했다. 로켓 프레시는 신선식품을 1만 5000원 이상 구매하면 소비자가 무료배송으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로켓 프레시는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버티고 있는 데다가 온라인에서도 SSG닷컴, 컬리, 네이버쇼핑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경쟁 플랫폼들이 선전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상온에서 유통하는 상품들과 달리 유통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격 경쟁이 심해 마진이 높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쿠팡이 ‘고급화 전략’에 나선 것은 상품 퀄리티와 더불어 객단가를 높여 낮은 마진의 한계를 해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사업을 오랫동안 꾸려나간 이력이 있어 상품 소싱력이 강하다. 지역에 거점을 확보해서 산지에서 바로 납품을 받을 경우 시즌 과일이나 시즌 채소 같은 특정 상품의 경우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지역의 한 농협조합장을 만났는데 직거래를 통해 쿠팡에 딸기를 엄청나게 팔았다고 하더라. 도매상을 끼면 유통 비용이 드니까 바로 농가들한테 납품받는 전략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은 신선도를 잃을 경우 할인율이 높아지고 손해를 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핵심이다. 이 부분에도 쿠팡이 강점이 있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쿠팡이 풀필먼트 시스템을 활용해 재고 관리를 하면서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얻은 덕분에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고도의 컴퓨팅 능력 덕분에 재고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성 원장은 “고객들 입장에서는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면서 온라인에서 구매한 신선식품이 ‘충분히 괜찮다’는 경험이 축적됐다. 이제 신선 시장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종우 교수는 “만약 자리를 잡게 되면 신선을 주로 취급하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들도 타격을 입겠지만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나마 대형마트가 버티는 것이 신선식품 덕분인데 신선을 놓치게 되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결과제
쿠팡은 현재 전국 100% 로켓배송 생활권을 목표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약 3조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2024년 10월에 준공한 남대전 프레시 풀필먼트센터는 쿠팡이 직접 투자한 최초의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처음 물류센터 지을 때 냉장·냉동 물류센터 비중이 작았고 상온 중심의 물류센터들을 지었다. 지금은 돈을 들여서 콜드체인을 만들고 지방 물류센터들을 통해 산지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역 농가들과 가까운 신선 물류센터를 통해 산지직송을 확대하는 추세다. 예컨대 당일 오전에 수확한 과일을 농가와 가까운 신선물류센터를 거쳐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고객에게 배송하는 형태다. 지난 12월에는 2025년 4월까지 약 2600여 톤(t)의 딸기를 주요 산지에서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딸기철 매입 규모(1200t)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치다. 새롭게 거래하게 된 농가들 중에서는 그간 지역의 벤더사(도매업체)나 마트 등과 거래하다가 쿠팡을 통해 처음으로 온라인 판로를 뚫은 곳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지직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의 구색과 수급 안정성을 위해서는 중간 유통업체인 벤더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필요한 신선식품을 그때그때 구매하는 것과 달리 ‘장보기’를 할 때는 품목이 다양해지고 장바구니 사이즈가 커진다. 온·오프라인 불문하고 소비자들이 같은 곳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소에 살 만한 다양한 품목들의 기본적인 구색을 끊이지 않게 갖춰놓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벤더사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농산물 등은 기본적으로 생산 사이클이 존재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SSG닷컴이나 컬리 등 기존 플랫폼에 넣던 물량을 빼서 쿠팡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는 기존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업체이기 때문에 품질과 다양성 측면에서 당분간은 기존 업체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12월 롯데마트가 딸기 13종을 전국에서 소싱해서 매대에 올려놨는데 이런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기존 강자들이 품질과 구색의 다양성으로 매출 면에서 방어를 할 거고 벤더사가 취급하는 물량이 타사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려 들 거다. 이 시장을 뚫는 게 향후 신선시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쿠팡 프리미엄 프레시’는 저희 PB상품까지는 아니고 신선식품 중 퀄리티가 훌륭하고 가격이 좋은 제품들을 따로 라벨링해서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라며 “물류투자가 완료되면 지역과 산지의 연결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