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철회 논란, 주상복합용지 세대 수 이견…고양시·GH·경기도 “협의 중”
경기도와 GH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고양 방송영상밸리 조성사업은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약 70만 2000㎡에 방송시설과 3780세대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서울 여의도와 상암동에 맞먹는 대형 방송영상특화단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 목표다. 2019년 6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2021년 4월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2022년 부지조성공사에 착공했다. 방송영상밸리 부지는 방송시설용지, 단독주택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주상복합시설용지 등으로 구성됐다.
고양 방송영상밸리 사업은 최근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GH는 방송시설필지 3필지 중 1필지에 대해 공급 공고를 냈다가 같은 달 공고를 철회했다. 공동사업시행자인 경기도와 고양시가 GH에 방송시설용지 허용용도에서 데이터센터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에 해당한다. 현재 사업 계획대로라면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경쟁 입찰에 참여해 토지를 낙찰받을 수 있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데이터센터 입주를 반대하는 데에는 주민 반발과 사업 목적 등이 영향을 끼쳤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고양시 덕이동에서는) 고양시가 데이터센터 착공 허가를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져서 사업자가 재착공에 나섰다. 방송영상밸리에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낙찰 받으면 되돌릴 수 없다. 민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일단은 (GH에) 공고를 철회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 한 관계자는 “방송국이나 방송 제작시설이 들어와야 방송 메카를 조성하는 사업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방송시설용지 허용용도에서 데이터센터를 제외하려면 GH는 고양시로부터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에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GH 관계자는 “현재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변경 신청 전으로 고양시, 경기도와 협의 중”이라며 “데이터센터를 허용용도에서 제외한 실시계획 변경을 추진할 시 도시개발법 제17조에 따라 고양시 관련 부서 협의 및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 등 인허가 절차가 예상된다. 여건에 따라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업 실시계획을 변경한 후 방송영상필지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개로 방송영상밸리 내 주상복합시설용지 주택 공급량을 두고 고양시와 GH 간 불거진 이견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고양시는 주택 공급을 줄이라는 입장이다. 고양시가 방송영상밸리 사업지 내 주상복합용지 2필지를 방송시설용지로 변경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GH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1월 고양시는 이견이 있는 주상복합용지를 제외한 방송시설용지, 단독주택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등의 토지에만 공급 승인을 내줬다.
현재 고양시는 GH에 주상복합용지의 세대수를 축소하는 방안도 함께 담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 인가 신청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상복합용지에는 3674세대 주택 공급 계획이 수립돼 있다. 주상복합용지를 둘러싼 고양시와 GH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초 방송영상밸리는 2024년 12월까지 부지 공급을 완료한 뒤 2026년 12월 도시개발사업 준공을 목표로 했다. 경기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일부 방송사에서 방송영상밸리에 들어오겠다고 의사를 표했다가 토지 공급 시점이 늦어지면서 그 의사도 사라진 것으로 안다”며 “결국엔 사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애초에 개발사업 허가를 내어줄 때 합의했던 사항은 존중해줄 필요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영상밸리 사업지 바로 옆에 조성을 추진 중인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은 지난해 좌초 위기를 겪었다. K-컬처밸리 사업은 CJ라이브시티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 6400㎡에 약 1조 8000억 원(2020년 6월 기준)을 투입해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와 상업시설,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인허가 지연, 공사비 상승, 한국전력의 전력공급 유예 통보 등과 맞물려 사업 계획이 여러 차례 변동돼 착공이 늦어졌다. 완공 기한이 늦어지면서 지체상금을 두고 양측의 이견이 생겼다. 지난해 7월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에 사업 시행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한 K-컬처밸리 사업은 아직 공사가 재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공정률 17%로 멈춘 아레나의 경우 원안대로 공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경기도에 제안했다. 일단 경기도는 이르면 1월 중순 K-컬처밸리 전반에 대한 사업 분석 내용이 담긴 단기 용역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단기 용역을 통해 분석된 공영개발 사업성 등을 토대로 큰 틀에서의 K-컬처밸리 사업 추진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고양시 측은 “(실시계획 변경 등) 신청이 들어오면 내부적으로 (주상복합용지 토지 공급 승인 등도)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방송영상밸리에는 되도록 기업체가 더 많이 유치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대안을 강구하고 있고 끝까지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