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허정무 후보 ‘나이 제한’ 논란도 불거져 혼돈에 혼돈
#축구 협회장 선거는 불공정 선거?
법원은 불공정한 선거라는 허정무 후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허 후보는 △선거운영위원회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고 △선거 절차가 제대로 공고되지 않았으며 △규정보다 21명 적은 선거인단 등을 문제로 삼았다.
법원도 이 같은 주장을 대거 받아들였다. 선거인단이 줄어든 것에 대해 "21명의 투표수는 결선투표에 올라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규정상 194명으로 치러야 한다. 각 시·도축구협회장, K리그1 구단 대표이사, 전국연맹 회장 등으로 구성된 34명의 대의원에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60명을 추첨으로 선정한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추첨된 인원 중 21명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지 못했고 결국 173명으로 선거를 진행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이에 더해 선거운영위원회 명단이 비공개된 점도 지적을 받았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선거일과 방식을 놓고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다. 기존 선거일이었던 1월 8일은 대부분의 축구팀들이 전지훈련에 돌입한 시점이다. K리그의 경우 25개 구단 중 20개 구단이 이미 해외로 떠났다. 국내 훈련을 진행 중인 구단도 경남 남해, 제주 등에 위치해 투표 참가에 어려움이 있다. 중고교, 대학, 세미프로 등 각급 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온라인 투표 또는 사전 투표 등의 도입을 요청하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허 후보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선수들을 위해 사전투표 도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비밀투표 보장이 어려워 온라인 투표는 하지 않는다. 선거일이 아닌 날에 진행하는 사전 투표는 규정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훈기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선거인단에 들어간 선수 대부분이 투표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결국 선거가 연기됐는데, 다시 치러질 선거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참가 문제에 대해 대책이 세워지길 바란다. 프랑스 등 해외의 경우 훈련하는 선수들을 위한 대책이 다 마련돼 있다. 어렵지 않게 투표에 나선다"고 말했다.
#후보자 나이 논란
선거 연기가 혼란을 가중 시키는 이유는 다름 아닌 후보의 나이 탓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70세 미만까지만 출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1955년 1월 13일생인 허정무 후보의 자격을 두고 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선거일인 지난 8일까지는 69세로 출마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선거일이 연기되면서 허 후보가 70세가 되는 것이 유력해졌다. 선거인단을 재추첨하는 등의 과정이 빠른 시일 내로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선거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 축구협회에서도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 대로 공지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놨을 뿐이다.
1월 12일 이후 선거가 열린다면 규정상 허 후보는 나설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도전이 무너질 수도 있는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장본인이 허 후보였다. 그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이런 불공정한 선거는 앞으로를 위해서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연령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생각했다. 고칠 것은 고쳐야한다는 판단이었다"면서 "선거가 연기된 것은 나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출마 자격이 보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선거운영위원회 측에서 오는 12일에 선거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허 후보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날, 선거운영위원회가 12일에 선거를 하자는 제안이 왔다"면서 "정상적인, 인정할 수 있는 선거가 돼야하지 않나.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선거인단 21명이 모자랐는데 18명을 추가해서 선거를 진행한다고 하더라. 왜 18명인지도 모르겠다. 인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12일 선거 진행 제안은 신문선 후보에게도 갔다. 신 후보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문'이라 보기도 어려운 형태였다"면서 "13일이면 허 후보 자격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 전에 끝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제안이 일종의 '이간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제안은 위험하다. 만약 내가 거절을 한다면 허정무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허 후보와 나를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좀 더 차분하게 정리를 하고 선거 일정을 잡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열되는 선거전
선거가 갑작스레 연기됐으나 선거전은 뜨겁게 이어진다. 정몽규 후보는 선거 하루 전이었던 지난 7일 '50억 기부' 공약을 기습 발표했다. 충남 천안에 건설 중인 축구종합센터에 대한 기부였다. 그는 "축구인들의 지지에 화답하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축구종합센터 건립은 현 회장이기도 한 정 후보의 재임 기간 중 역점 사업이었다. 기존 파주 트레이닝센터가 노후화됐고 더 큰 규모의 시설이 필요해 시작한 사업이다. 하지만 건립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며 축구협회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후보는 이와 관련, 파주 센터 역시 이용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그는 과거 국가대표 감독 시절 파주 센터 건립에 힘을 보탠 인물이다.
신문선 후보는 정 후보의 기부 공약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과거 정치판에서 벌어지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가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후보는 "최근 조민국 감독이 정몽규 후보와 소통한 이후 나에게 통합을 제안해왔다"며 "내가 축구계 '야당'으로 활동해왔는데 정 후보와 통합하는 것은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기를 더해가던 선거전도 날짜조차 명확치 않아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당초 예정됐던 신임 회장 임기는 오는 22일 시작된다. 그 이전까지 선거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축구계 주요 일정도 날짜가 다가온다. 남자 U-20 대표팀은 오는 2월 아시안컵을 치른다. A대표팀은 3월 월드컵 예선 일정이 이어진다. 축구협회가 선장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