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선거판…흔들리는 3인 경쟁 체제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당연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다. 협회장은 대법관과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간다.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에 위원으로도 참여한다. 변호사들의 징계 여부도 결정한다. 이번 당선인부터는 임기도 늘어난다. 기존 2년에서 1년 더 협회장직을 맡게 된다.
#주말 사이 ‘단일화’ 놓고 오락가락
치열한 경쟁이 오가던 선거판에 지난 주말(11~12일) 사이 큰 변수가 생겼다. 금태섭 후보와 안병희 후보 간 단일화를 염두에 둔 소통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 두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경선 여부 및 과정을 놓고 논의를 했는데, 주말 사이 이견이 보이기도 했지만 13일 중 ‘단일화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는 한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검토에 대해 금태섭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단일화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고, 안병희 후보 측 관계자도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 측은 ‘조건 없이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금 후보 측에 전달한 바 있다”고 귀띔했다.
이르면 13일 오후나 저녁 즈음, 두 후보의 단일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두 캠프 모두 17일 시작되는 사전선거 일정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금태섭·안병희 단일화 배경은?
이처럼 금태섭 후보와 안병희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 중인 것은 김정욱 후보의 1강 체제가 그만큼 확고했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개업 변호사는 3만 700여 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변호사 시험(로스쿨 출신) 출신은 1만 6200여 명에 달할 정도라 ‘젊은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 로스쿨 출신인 김정욱 후보는 ‘직역 수호’를 가치로 내걸며 청년 변호사들 사이에서 지지 기반을 넓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역임하며 변호사 배상책임보험, 사건관리, 복대리 중개 프로그램 및 법조인 명부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변호사들에게 제공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만 가입·활동할 수 있는 로이너스에서 진행한 ‘당신이 지지하는 (대한변호사)협회장 후보는?’이라는 질문의 여론조사에서 김정욱 후보가 80%의 지지(8일 오후 기준)를 받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함께 경쟁 중인 금태섭 후보와 안병희 후보는 각각 12%와 7%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유권자 중 과반이 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가 김정욱 후보에게 향하는 것이 반영된 것이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로이너스가 만들어진 2011년 이후 선거 때마다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이 1위를 하는 사람이 늘 당선됐다. 지난 2023년 1월에도 김영훈 후보(현재 회장)가 1위를 차지했는데 결국 당선되지 않았냐”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명분 없는 단일화 되진 않을까?
다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금태섭 후보와 안병희 후보 간 단일화가 성공하더라도, ‘지지표를 모두 흡수하지는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사뭇 달랐다는 것이다.
안병희 후보는 김정욱 후보처럼 변호사 자격증의 전문성 강화와 시장 확대를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법률보험제도 도입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금태섭 후보도 기업 공개(IPO) 시 법률실사 의무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원, 검찰, 경찰 모니터링단 운영 △판결문 전면 공개 추진 등 변협의 역할 강화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변협처럼 ‘권위 있는 단체’를 지향하는 금태섭 후보 정책 방향이 변호사 수익 확대를 추구하는 안병희 후보 정책 방향과 사뭇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를 하더라도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캠프 모두 이 같은 지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