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김 마케팅’으로 막대한 사업 수익 올렸지만…천공 지인 “윤 부부가 거리두자 요즘 위세 꺾여” 전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무속에 얼마나 빠져있었을까. 무속인들과 얼마나 자주 교류했을까. 2022년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인연 있는 무속인들은 화제이자 논란거리였다. 천공스승, 건진법사, 무정스님 등 무속인들 그림자가 윤석열 후보 주변에 짙게 드리워졌다. AI(인공지능) 시대에 대통령 후보가 무속인들과 통했다는 사실은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리스크 등이 이를 상쇄했다. 득표율 0.73%포인트 초박빙 차이로 유권자는 윤 후보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무속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무속인 국정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들어선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12·3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윤석열 정부와 얽힌 무속인 반열에 올랐다. 일요신문은 천공부터 노상원까지 논란이 됐던 무속인들 면면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천공은 2019년 원래 이름 이병철에서 이천공으로 개명했다. 1956년생으로 올해 69세다. 본적은 부산 감천동이다.
천공의 과거 행적을 잘 아는 지인 A 씨는 “천공은 부산의 한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초등학교 졸업했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으며 태권도 2단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울산 신불산에서 수행했으며 본격적인 무속 활동을 펼친 건 2000년대 초반 부산이었다.
천공은 2004년 4월 부산에서 해동신선도를 발족했다. 그가 현재 사실상 운영하는 (주)정법시대 전신이다. 정법시대는 2014년 11월 설립됐다. 2021년 9월 (주)케이에이글로벌로 상호를 바꿨다. 출판·교육·문화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2010년 6월 천공은 여성 수제자 신 아무개 씨와의 간통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직후인 2015년 2월 천공과 신 씨는 재심을 신청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10년부터 인터넷 강연과 출판 등을 통해 활동 보폭을 넓혔다. 2010년 11월 네이버 블로그에 강연 내용을 올렸다. 1년 뒤엔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를 개설했다. 그의 강연을 듣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대기업 회장은 천공이 사실상 운영하는 ‘정법시대문화재단’에 2억 원을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천공의 영상 강의를 듣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쯤으로 알려졌다. 한때 천공과 가까웠던 B 씨의 전언이다.
“김건희 여사가 천공을 처음 알게 된 건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가 소개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 최 씨는 충청 지역에 있는 한 대형 사찰 신도들과 자주 어울렸다. 최 씨는 그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천공 강연을 호평하는 걸 들었다. 이에 최 씨가 평소 역술과 무속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에게 천공 강의를 들어볼 것을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천공 강연을 접한 김 여사가 이후 천공을 직접 찾아갔던 것으로 안다.”
천공 역시 2022년 6월 가수 김흥국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올린) 유튜브 (정법강의) 영상을 김건희 여사가 3~4년간 보고 연락을 취했다”며 “(김 여사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연락을 했고 ‘만나 뵐 수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며 첫 만남을 소개하기도 했다.
천공은 윤 대통령을 김 여사 소개로 2017년쯤 처음 알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천공은 1960년생 윤석열 대통령보다 네 살 많다. 천공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2017년 5월~2019년 7월)에 같이 공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천공은 한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내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열흘에 한 번쯤 만난다”고 말했다. 그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천공스승’을 언급하면서 천공은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그 즈음 천공은 YTN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조언해줬다”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깝게 지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천공의 위세는 날로 커졌다. 특히 천공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천공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일요신문 보도들을 통해서도 천공과 윤 대통령 부부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대선 이후 천공이 사석에서 자신의 지인들에게 했던 발언이 녹음된 파일에 따르면, 천공은 윤 대통령에 대해 “이 양반(윤 대통령) 특기가 누가 뭐라고 하지 마라 한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나는 (윤 대통령한테) ‘이런 얘기해라’한 적이 없어요. ‘지금 요러니까 요렇게 가야 된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차기 대권 가능성에 대해선 “택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갈등이 노출되기 훨씬 이전에 나온 발언이어서 그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그는 또 “(2019년 1~2월경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석열이한테서 ‘수원고검장 간다’고 전화가 왔다. (내가 보기엔 문재인) 청와대 애들이 작업한 것이어서 석열이한테 ‘수원고검장 가지 말라’고 했다”는 비화도 털어놨다.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큰일(대통령 출마) 준비해라. 내가 시켰다”고까지 주장했다.
천공의 수제자 등 핵심 측근 2명이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참석했던 사실도 일요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천공은 눈에 띄는 특이한 외모 때문에 취임식엔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조언자’ ‘멘토’ 등 수식어가 붙으면서 천공 사업은 번창했다. 부동산 등 재산도 크게 늘어났다. 자의든 타의든 ‘윤석열-김건희 마케팅’이 막대한 사업 수익을 올리는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천공의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 구독자도 급증했다(2025년 1월 기준 구독자 10만 2000여 명, 누적 조회 수 2억 8000여 회). 두세 달에 한 번씩 강원도 고성, 홍천 등지에서 개최한 현장 강연도 성황을 이뤘다. 현장 강연장엔 수강생 300~500명 정도 참석했다. 참가비가 30만 원으로 비쌌다. 정치인과 기업인등도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공은 여러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천공이 사실상 운영하는 (주)정법시대에서 6년간 근무했던 직원 오승민 씨는 “임금을 다 받지 못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2024년 8월 정법시대가 오 씨에게 미지급 임금 184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5월엔 천공의 옛 제자 지공스님(본명 고태석)이 천공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천공은 언제부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만난 천공의 한 지인은 “요즘 천공의 기가 죽어있다고 한다”며 천공 측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천공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천공 위세가 꺾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천공은 12·3 사태 이후 최근까지도 유튜브 영상 채널을 통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