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담에도 ‘아로마틱스’ 완전자회사 편입 후 합병…HD현대오일뱅크 “효율적인 공정 운영 가능해져”

최근 석유화학 업종 회사들이 사업 재편을 통해 외연을 축소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더욱이 HD현대아로마틱스는 최근 몇 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HD현대아로마틱스가 영업손실을 보기 시작된 것은 2020년부터다. 그 해 833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 이후 2021년 756억 원, 2022년 1059억 원, 2023년 533억 원 등 4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HD현대아로마틱스의 결손금은 2023년 말 기준 2684억 원까지 쌓였다.
HD현대아로마틱스의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직전 HD현대아로마틱스의 기업 가치는 2900억 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아로마틱스 전체 출자금이 7722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가 3분의 1 수준까지 축소됐다.
문제는 향후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HD현대아로마틱스의 부진도 2020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하면서 관련 시장은 공급 과잉 시대가 열렸다. 중국은 2022년부터 석유화학 제품 최대 생산국이 됐으며 이후에도 관련 제품 생산을 위한 증설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산유국인 중동 국가까지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도 이 같은 위기를 감지하고 석유화학 관련 업체에 사업 재편을 주문했다. 고부가 제품인 스페셜티 위주로 생산에 변화를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기업들 간 통합을 통해 사업 재편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 방침을 따른 기업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도 약속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체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단기적인 수익성은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현재의 석유화학 위기에는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현 시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HD현대아로마틱스 흡수합병으로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HD현대아로마틱스가 합작사로 운영되던 시절 지분율만큼 당기순이익만 반영되던 실적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반영해야 한다.
이 같은 부담에도 HD현대아로마틱스를 흡수합병한 이유로 석유화학 분야 수직계열화가 거론되기도 한다. HD현대 그룹은 2010년대 들어 정유·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아로마틱스와 HD현대케미칼의 설립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21년 3조 9518억 원이던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은 2023년 6조 1064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현대아로마틱스의 매출은 2023년 기준 1조 9879억 원이다.

그러면서 HD현대오일뱅크의 공동대표로 정유와 석유화학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정임주 부사장을 선임하면서 석유화학 분야에 힘을 실었다. 정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생산공정 및 기술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현대케미칼 대표 등을 역임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D현대아로마틱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 높은 공정 운영이 가능해졌다”며 “코스모 측이 필요한 제품들(석화제품)을 일부 생산해야 하는 구조였는데, 이제 HD현대오일뱅크가 모두 운용할 수 있게 돼 시황에 맞는 정유·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