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8000억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반년 가까이 지지부진…“공동설계·분리발주 채택해야” 목소리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기동함대 창설
해군의 기동함대 창설이 논의된 것은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해군사관학교 임관식에서 그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부터다. 그 후 해군은 3개 기동전단으로 이뤄지는 전략기동함대 창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2006년 수립된 합동군사전략서는 1개 기동전단을 창설하는 변경된 계획을 반영해 전략기동함대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JMS로 알려진 합동군사전략서는 매 5년 주기로 발간되며, 우리 군의 작전기획과 전력기획의 근거를 제공하는 기초지침이자 국방기획의 상위체계를 담당하는 핵심문서다. 그 결과 제7기동전단이 탄생했고, 현재는 정조대왕급,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4척과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 군수지원함 4척을 포함 총 14척이 배속되어 있다.
#기동함대사령부 기함될 정조대왕함
제7기동전단을 모체로 만들어지는 기동함대사령부는 지휘관이 현 준장에서 소장으로 격상된다. 정조대왕함은 해군의 ‘KDX-Ⅲ Batch-II’ 가운데 선도함, 즉 1번 함이다. 이전의 세종대왕급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능력을 자랑하며, 주로 함대의 군함 가운데 지휘관이 타는 기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추적 능력이 수 배 이상 향상됐고,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도 갖추게 됐다. 기존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은 항공기와 순항 혹은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는 SM-2 미사일만 운용했다. 하지만 정조대왕함은 SM-6와 SM-3를 탑재해 해상에서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6 기동함대’로 대한민국 해양안보 책임
이 밖에 정조대왕함은 국산 ‘토마호크 미사일’로 불리는 해성-2와 함께 새롭게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장착해 전략목표에 대한 입체적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잠전 능력의 경우에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를 탑재해 적 잠수함과 어뢰 등 수중 위협에 대한 탐지 능력이 향상됐다. 홍상어로 알려진 장거리대잠어뢰와 청상어 경어뢰를 탑재해 적시적인 대잠공격이 가능하다. 또한 잠수함 킬러로 알려진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해 원거리 대함 및 대잠전 능력을 갖춘다. 향후 정조대왕함과 같은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2척이 건조되어 전력화될 예정이며, 여기에 KDDX 6척이 더해지면 기동함대사령부의 주력구축함의 경우, 현재 12척에서 18척 체제로 운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구축함 6척과 동반 운용되는 해상작전헬기 6대가 더해져 3개의 ‘66 기동함대’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KDDX '66 기동함대'의 중추
군 관계자들은 기동함대사령부의 완성을 위해서는 KDDX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KDDX는 ‘66 기동함대’의 핵심전력으로 전력화가 늦어지면 기동함대사령부가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DDX는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한국형 구축함(KDX)의 후속 사업으로 이전 국산 전투함들과 달리 전투체계, 레이더,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되는 국산 구축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척이 건조될 KDDX는 개발비 1조 8000억 원, 건조비 6조 원을 들여 총 6척을 취역시킬 예정으로 총 7조 8000억 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KDDX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이슈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계약은 예정보다 반년 가까이 늦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KDDX 사업 기본설계 입찰과 관련해 비리 의혹을 받는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때문에 2036년까지 KDDX 6척을 건조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틀어진 상황. 전문가들은 배타적경제수역(EEZ), 독도와 이어도 문제 등 한반도 주변 해양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동함대사령부의 조기 활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주무부서인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공동설계 및 분리발주 통해 ‘윈-윈’ 이뤄내야
이와 관련해 이제는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추진 방안으로 ‘공동설계, 분리발주’ 방식을 채택을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즉 선도함인 1번 함은 공동설계하고 1, 2번 함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건조하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선도함 건조 사업 착수가 지연된 상황에서 수의 계약 방식으로 진행시 후속함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를 위해 방산업체 복수 지정을 통해 2개의 업체가 나누어 건조를 한다면 후속함 일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개 업체가 공동설계를 통해 설계 내용을 조기에 공유하고 1, 2번 함을 동시 계약해 건조한다면, 후속함 인도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설계 및 분리발주는 함정 수출 기획 확대 차원에서도 양 조선소의 기술역량과 수출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9월 19일, 방사청 조용진 대변인도 “KDDX 사업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공동설계, 분리발주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법적 가능성, 방산업체 지정과의 연계가 있어서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공동설계, 분리발주 방식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상생의 기회를 준다는 점과 향후 해외시장에서 K-군함의 원팀 구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조선업계의 시각이다. 비록 방사청 개청이래 '동시 건조'는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방식이지만, K-군함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