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당시 ‘수척한 모습’ 전해져…야권 특검법 재추진 등 대대적 공세 예고
#혼자 남은 ‘V0’
김건희 여사 별칭은 ‘V0’다. 김 여사가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붙었다. 통상 대통령을 ‘V1’으로 칭하는데, 이보다 더 서열이 높다는 의미다. 용산 대통령실엔 김 여사를 따르는 소위 ‘한남동 라인’이 실세로 군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동안 민주당 등 야권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학력위조, 명품가방 수수,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명태균 씨가 개입된 부정선거·국정농단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도 추진했다.
이러한 야권 공세에 윤 대통령은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을 세 차례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11월 7일 대통령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가 어떤 면에서 보면 순진한 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에 의해 체포됐다. 공조본이 제시한 수색영장에 적시된 피의자 윤석열의 죄목은 ‘내란 우두머리’였다.
1월 15일 국민의힘 의원 35명은 관저 앞에 집결했다. 윤상현 권영진 이상휘 박충권 의원이 관저 안으로 들어가 윤 대통령을 만났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0시 33분 공수처로 압송되기 전 김 여사를 보러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전날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고 했다. 김 여사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형편없더라”고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수척한 모습이었다. 흰머리도 늘었다”며 “완전히 깡말랐다. 참모들 사이에선 ‘여사가 입원해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1월 15일 오마이TV는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관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여성이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관저 안에서 흰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오마이TV 측은 이 인물이 김 여사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음 타깃은 김건희
윤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되면서 김 여사 경호 문제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체포 전과 같이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감자 신세가 됐지만, 여전히 법률상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경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3월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다음에도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경호는 유지된 사례가 있다.
윤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더라도 김 여사 경호는 중단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등에 해당되면 연금 지급 등 예우를 정지한다. 다만 제6조 4항 1호에 규정된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유지된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월 16일 “김건희와 명태균의 관계가 공천개입을 넘어 국정농단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지난 대선 때 명태균 씨가 김 여사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최소 4차례 제공했다고 했다. 해외순방, 외교전략,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대응방안 등에도 명 씨가 관여했다고 했다. 이 같은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1월 1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윤석열이 체포됐으면 다음은 김건희 아니냐”라며 “당연히 (체포) 가야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며 김 여사에 대한 여러 비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인간적으로 부부, 자식은 함께 구속하지 않는 게 과거의 통례니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했지만, 법에도 눈물이 있었다. 그렇지만 윤석열이 이재명 부인, 조국 부인 가족 어떻게 했느냐”고 덧붙였다.
황명필 조국혁신당 최고위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했던 먼지털이식 수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부부는) 역대 누구도 하지 않았던 못된 짓을 했다. 이제 그대로 그 행위에 대해 처벌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