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 육수 원재료 가격 크게 올라 “팔수록 손해”…원가 줄일 수 있는 볶음면 가게 늘어나
최근 일본의 라멘 가게들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물가로 원재료와 인건비, 광열비 등 운영비용이 급증했지만, 서민들의 음식이다 보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에서는 “라멘 값이 1000엔(약 9400원)을 넘으면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의하면, 2024년 도산한 기업형 라멘 체인이 7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약 30% 급증한 것으로 역대 최다다. 통계에는 자영업자의 동네 라멘집 폐점은 잡히지 않아 실제로는 훨씬 많은 라멘집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점을 결정한 ‘에도이치’ 점장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육수 만들기에 있다”고 전했다. 라멘 육수를 내는 데 필요한 원재료인 돼지고기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가게는 돼지뼈와 닭뼈를 섞어 육수를 내다보니 여파가 컸다. 식재료뿐만이 아니다. 라멘은 국물이 생명이기에 장시간 푹 끓여야 하는데, 가스비 등 광열비가 급증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뉴를 대체하는 라멘집이 증가하고 있다. 기름에 볶아 만드는, 이른바 국물 없는 라멘 ‘아부라소바’가 인기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멘토아부라’는 원래 돈코츠(돼지뼈) 라멘집이었으나 지난해 11월 아부라소바 전문점으로 업태를 변경했다. 이 가게를 방문한 손님은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맛있다”며 “가격이 합리적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꼭 먹는다”라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구도 다쿠야 대표는 “아부라소바는 국물이 없기 때문에 대폭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육수를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자 원가율을 33%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 “인건비도 월 6만~8만 엔 줄었다”고 한다. 비용 절감에 성공한 만큼 탄산음료 등 무료 서비스로 환원해 고객들로부터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후지TV는 “라멘집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것과 달리 아부라소바집은 증가 추세”라고 보도했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아부라소바 점포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실적도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