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즌 초반 ‘버티기 모드’ 돌입해야…롯데 ‘주전 유격수 찾기’ 고민
2025시즌 1강으로 꼽히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KIA는 1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미국으로 출국해 1월 25일부터 2월 18일까지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1차 캠프를 시작하는데 3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KIA는 1월 16일 스프링캠프 출국 일정과 참가자 명단을 공개했는데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미국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단 전원에게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KIA 구단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원으로 코칭스태프 포함 선수단은 왕복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스프링캠프지인 미국으로 출국한다. 선수단의 사기를 진작하고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선수단 60명 전원이 왕복으로 비즈니스 탑승하는데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4억 2000만 원이다. 정의선 회장의 2024시즌 우승에 대한 통 큰 보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으로 떠나는 38명의 선수 중 내야수 황대인이 제외됐다. 2024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황대인은 지난 마무리 캠프에서 또다시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조기 귀국했다.
KIA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외국인 타자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거포형 내야수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했다. 그동안 KIA는 브렛 필 이후 외국인 타자로 로저 버나디나, 제레미 해즐베이커, 프레스턴 터커,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외야수 포지션을 영입했는데 올 시즌에는 내야수 거포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한 선택을 했다.
황대인으로선 패트릭 위즈덤의 영입으로 인해 팀 내 입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황대인보다 어린 거포 유망주 변우혁이 존재하고, 2024시즌 1루와 2루 포지션에서 백업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준 베테랑 서건창도 FA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부상 변수만 없다면 1군 KIA 팀 내 1루수 포지션 구도는 패트릭 위즈덤, 변우혁, 서건창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 라이온즈는 8년 만에 1차 스프링캠프지 괌으로 향한다. 2005년부터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삼성은 날씨가 따뜻한 괌에서 1차 캠프 일정을 소화한 뒤 2월 5일부터 오키나와에서 2차 훈련을 시작한다.
2024시즌 삼성이 정규시즌 2위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팀 홈런 1위를 바탕으로 팀 내 젊은 타자들의 성장도 있었지만 마운드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덕분에 2023시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4.60)였던 삼성은 2024시즌 3위(4.68)로 올라섰다.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의 어려움을 경험했던 삼성은 스토브리그 기간 불펜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실제 불펜 투수 영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대신 A등급 FA 투수인 최원태를 영입하며 선발진을 업그레이드했고, 기존 대체 선발 자원으로 활약했던 구위형 선발 투수들을 불펜으로 포지션 변경하면서 힘을 실었다. 여기에 상무에서 전역한 이재희와 신인 배찬승도 2025시즌 새로운 불펜 전력으로 언급되고 있다.
올 시즌 삼성 불펜 투수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오승환이다. KBO리그의 유일한 1982년생 현역 선수인 오승환은 지난해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8월 중순, 부진을 거듭하다 1군에서 말소된 이후 끝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오승환은 2023시즌 이후 삼성과 2년 총액 22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고, 올해가 FA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오승환이 이전의 구위를 회복해 삼성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명예를 회복하느냐, 아니면 반대의 상황에 처하느냐는 자신의 몫이다. 그만큼 오승환한테 2025시즌은 정말 절박하고 중요한 한 해다.
미국 애리조나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LG 트윈스는 임찬규, 손주영, 백승현, 진우영, 오지환, 이영빈, 박동원 등 7명이 선발대로 1월 15일 출국했고, 남은 선수단은 1월 23일 뒤를 잇는다.
2024시즌 불펜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LG는 2025시즌에도 시즌 초반에는 불펜이 ‘버티기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필승조 유영찬, 함덕주가 나란히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터라 전반기 복귀가 어렵다. 상무 입대 전 선발과 불펜 전천후로 활약한 이정용은 6월 복귀 예정이라 염경엽 감독 입장에선 3명이 복귀하기 전까지 불펜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유영찬의 공백으로 생긴 마무리 자리는 FA로 이적한 장현식이 메울 전망이고, 필승조는 베테랑 김진성과 함께 최근 부진했던 정우영, 백승현, 박명근, 그리고 LG에 새로 합류한 김강률, 최채흥, 심창민 등이 채울 예정이다.
애리조나로 떠날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유망주 타자 김범석의 이름이 제외됐다. 김범석은 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옆구리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바 있는데 올해는 허리 등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미국이 아닌 이천 2군 캠프에서 재활과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7순위 지명을 받았던 김범석은 당시 차명석 LG 단장이 “장차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말할 만큼 큰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LG는 2023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김범석을 포함시켰고, 지난해 1군 70경기에 내보낼 만큼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나 김범석은 구단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24년 스프링캠프 때부턴 늘어난 체중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고, 포수로서의 기본기 부족과 함께 훈련량이 줄어들면서 부상 위험이 뒤따랐다. 그로 인해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났는데 결국 이 모든 의구심을 지우는 건 김범석이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호주 시드니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두산은 지난 17일 스프링캠프 명단을 발표했다. 캠프 인원은 이승엽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13명과 선수단 44명 등 총 57명이다. 1차 훈련은 1월 26일부터 2월 16일까지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2차 훈련은 2월 18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실전 경기 위주로 훈련을 이어간다.
두산은 이번 1군 캠프 명단에 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 내야수 박준순과 3라운드 지명자 투수 홍민규의 이름을 올렸다. 김재호가 은퇴, 허경민이 이적한 두산은 1루수 양석환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을 재조정할 예정인데 핵심은 주전 2루수였던 강승호의 3루 이동이다. 이승엽 감독도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의 자리에 강승호의 3루 이동을 예고했다.
강승호가 3루로 이동해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면 내야 센터라인(유격수-2루수)은 유망주들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야 센터라인 포지션을 두고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오명진, 박지훈, 여동건과 신인 박준순까지 7명의 선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 역시 주력 선수들의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승엽 감독이 주전 유격수로 점 찍었던 박준영이 허리 통증으로 1차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퓨처스 캠프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예정이다.
2024시즌 55경기 3승 1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24로 두산 필승조 불펜을 지켰던 최지강도 어깨 부상 회복을 위해 박준영과 마찬가지로 퓨처스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한다.
2024시즌 부산 기장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렀던 KT는 올해 호주 질롱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다음 2월 말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훈련 및 연습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신인 투수 김동현, 박건우, 김재원 내야수 윤준혁, 장준원이 선발대로 미리 출국했다.
KT는 스토브리그 기간 FA 전력 유출을 비롯해 선수단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심우준이 FA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고, 그 자리를 허경민이 채우면서 내야진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3루수로 활약했던 황재균의 포지션이다. 황재균은 허경민에게 3루수를 내주고, 문상철, 오재일과 함께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백호가 올 시즌 어느 포지션을 맡을지도 관심 사항이다. 1군 데뷔 후 1루수와 외야수를 주로 맡았던 강백호는 2024시즌 ABS 도입 이후 이강철 감독이 강백호를 포수로 기용했다. 올 시즌 강백호는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에 따라 ‘포수’ 강백호로 출전할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 2025시즌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강백호한테 포수 포지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할 따름이다.
SSG 랜더스는 1월 23일 1차 스프링캠프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출국한다. 1차 캠프를 마친 뒤에는 2월 23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진행하는데 SSG는 최근 스프링캠프 명단 일부가 공개되면서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최정, 이지영, 김민식, 김성현, 오태곤, 한유섬 등 베테랑 선수 6명이 1군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로 향하지 않고 일본 가고시마로 향하기 때문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6명의 선수들이 장거리 이동 및 시차 적응 문제로 인해 구단에 일본 자체 캠프 진행을 요청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구단에서 먼저 캠프 이원화 관련된 내용을 선수단에 알렸고, 먼저 베테랑 선수들한테 캠프 선택권을 줬다. 그렇게 정해진 선수가 위의 6명이다.
젊은 선수들은 무조건 플로리다 캠프를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감독, 코치들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6명의 선수들은 가고시마 자체 캠프에서 몸을 만든 뒤 2월 10일 가고시마에서 시작되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가 이후 1군 선수단의 오키나와 캠프로 이동할 예정이다.
문제는 2024시즌 포수로 가장 많이 출전한 두 포수 이지영과 김민식이 플로리다 캠프에서 빠지는 부분이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야 할 포지션이라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대신 조형우, 신범수, 이율예 등 신예급 포수들이 선배들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1월 24일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본진이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대만 타이난으로 출국한다. 롯데가 대만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최준용(오른쪽 어깨 수술), 유강남(왼쪽 무릎 수술), 고승민(왼손 엄지 수술) 등 3명이 선발대 성격으로 먼저 출국했다. 이들은 모두 비시즌 기간 재활조로 분류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고승민은 2024년 정규시즌을 마치고 수술을 받았지만 최준용과 유강남은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는 바람에 공백이 큰 상태였다. 2025시즌 롯데가 더 높은 순위로 향하기 위해선 이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롯데의 고민 중 하나가 유격수 포지션이다. 이학주, 오선진이 방출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는데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박승욱과 노진혁,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태양(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 등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런데 1차 대만 캠프에 노진혁, 김민성의 이름이 없었다. 그중 노진혁은 2022년 11월 롯데와 4년 총액 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FA 계약 후 노진혁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에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박승욱에게 넘겨주며 1루와 3루를 커버했는데 3루에 손호영, 1루에 나승엽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마저도 기회를 받기 어려운 상태다.
노진혁과 김민성이 ‘하향세의 베테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장벽을 극복해낼지가 관건이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에 이어 1월 25일부터 호주 멜버른에 1차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멜버른에서 기술 훈련을 마치는 대로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로 캠프지를 옮겨 실전 적응 훈련을 소화한다.
한화는 FA로 투수 엄상백,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고, 내부 FA였던 하주석도 팀에 잔류하면서 포지션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화 3루수 노시환과 채은성, 안치홍, 심우준이 모두 FA 계약 선수라 4명이 베스트 라인업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채은성과 안치홍의 나이를 고려해 백업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내야 유틸리티로서 활약도가 높았던 황영묵과 문현빈, 심우준 이적 전까지 유격수에서 경쟁을 펼쳤던 이도윤과 하주석이 남은 1군 엔트리에 진입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경쟁을 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이호준 감독을 비롯한 10명의 코치진과 38명의 선수가 1월 25일부터 3월 5일까지 40일간의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NC는 25일부터 29일까지 창원 NC파크에서 훈련하다 30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이동한다. 2월 19일 일시 귀국하고, 21일 대만 가오슝으로 떠나 2차 훈련을 갖는 일정이다.
감독 부임 후 첫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이호준 신임 감독은 1월초 있었던 신년회에서 일부 특정 선수(백업)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 감독은 대수비 백업 멤버로 활용할 김한별의 경우 타격 훈련 없이 오전, 오후 모두 수비 훈련만 반복할 것이고, 김범준, 한재환 등은 오전에 단체 수비 훈련을 제외하면 오전, 오후, 야간 전부 방망이만 치게 한다는 내용이다.
NC는 아직까지 FA 이용찬과 계약을 맺지 못했다. 선수 측에 계약 규모를 제안했지만 아직 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이용찬은 계약을 맺기 전까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겠지만 NC 측은 여전히 문을 열어 놓고 선수와의 계약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1월 23일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가 2차는 대만 가오슝에서 2월 17일부터 3월 4일까지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키움은 프랜차이즈 2루수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타선에 공백이 생겼다. 허약한 타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두 외국인 선수를 통해 공격력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2022시즌 126경기 타율 0.277 21홈런 73타점으로 소속팀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푸이그가 3년 만에 복귀한 점이 눈에 띈다. 팀 내 선수들 중 홈런을 쳐줄 수 있는 타자가 송성문, 최주환 등 제한적이기 때문에 푸이그와 카디네스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