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커뮤니티 중심으로 폭력 선동 글 올라와…탄핵 찬성 측 의원들 ‘좌표 찍기’나 살해 협박 당하기도
#테러 위협에 노출된 입법부
1월 18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을 습격했다. 현장에 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 언론인, 경찰, 지나가던 시민 등이 폭력의 대상이 됐다. 법원 내부에 난입한 지지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방화를 시도한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상자 7명을 포함해 경찰관 51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90명을 체포했고, 이 중 46명이 20~30대라고 밝혔다. 현장 영상 등을 토대로 체포되지 않은 가담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전히 윤 대통령 지지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공유하는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폭력을 선동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윤 대통령, 일부 국민의힘 의원 등의 ‘독려 메시지’는 이들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같은 정치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관련기사 트럼프의 ‘큐아논’처럼? 서부지법 ‘폭동의 밤’ 앞장선 극우 커뮤니티 실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세력을 지지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테러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저는 매일 방검 토시를 차고 다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개설한 제보 채널 ‘민주파출소’에 접수된 의원 협박 사례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재명 박찬대 칼 꽂아버린다’ ‘내란 일으킨 김병주 박선원 등 죽여버려야’ ‘빨갱이 쳐 죽이자. 살인이 답이다’ ‘굵직한 야당 새끼 하나 천국 보내고’ 등의 협박성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상계엄과 서부지법 폭동 사건을 계기로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주 의원 등 비상계엄 국면에서 언론 노출도가 높았던 의원들은 살해 위협에 준하는 협박성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역구에 게시된 현수막의 의원 얼굴을 찢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신변 안전을 위해 방검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방검복을 구매했다. 이재명 대표는 2024년 1월 부산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모든 일정에서 경호원이 동행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라는 ‘소신 발언’을 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국민의힘 갤러리를 보면 지지자들은 의원들의 연락처 등을 공유하며 ‘좌표 찍기’를 했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인증글도 계속 올라왔다. 내용은 김병주 의원이 공개한 협박 글과 유사했다. 윤 대통령 체포 현장에 나오지 않은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이들에게 항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도 다수 관찰됐다.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역구인 울산을 찾을 때 방검복을 착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의원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지지자들은 김 의원에게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과거 다른 의원실에 있을 때 저의 휴대폰이 해킹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은 실질적으로 오는 (폭력은) 없었다”면서도 “그런데 앞으로는 모른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극렬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도 막 침입할 수도 있다. 엄중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했다.
#“자료 다 모아놓고 있다”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를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협박을 받는 의원의 이름을 밝히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행동이 실효성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이들을 자극해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 갤러리를 보면 정치권 대응을 보며 효능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국민의힘 갤러리를 폐쇄하라는 기자회견을 공유하며 ‘(우리를) 홍보해 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의원 번호를 공유하며 ‘문자 폭탄’을 보내자고 선동하는 글도 함께 올라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방검복을 착용한다는 소식에는 ‘서부지법 이후 언제든 무력행사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 듯’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취재 결과 복수의 여야 의원실은 이 같은 협박성 메시지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거를 모아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여야 관계자들은 의원들이 ‘문자 폭탄’에는 면역이 생긴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테러 위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의정 활동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협박을 받고 있다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단은 보좌진들하고 항상 조심하고 있다. 어찌됐건 엄벌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욕 같은 것들이 오고 여러 가지 많이 온다. 나중에 다 처벌받아야 하지 않겠나. 저는 자료를 다 모아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서부지방법원 폭동으로 구속된 연루자는 23일 현재 모두 58명이다. 경찰은 법원 내부에 난입한 100여 명을 전원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구속된 이들은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 공무 집행 방해, 공용 건물 손상, 공용 건물 손상 미수, 특수 폭행, 건조물 침입, 공무 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소요죄를 넘어 내란죄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소연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1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소요죄, 이것을 넘어서서 내란죄로 기소되고 처벌돼야 된다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소요죄는 최대 징역 10년이다. 내란죄의 경우 수괴는 사형부터 무기징역·금고, 중요임무종사자는 사형부터 5년 이상 징역·금고, 단순관여자는 5년 이하 징역·금고에 처해진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