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자로…이 전 총괄 측 “프로듀싱 집중 위해, 경업금지 약정과는 무관”
#A20엔터 핵심 프로듀서와 비전 리더로 올라
블루밍그레이스는 이수만 전 총괄이 SM엔터를 떠난 후 2023년 3월 세운 회사다(관련기사 [단독] SM엔터 떠난 이수만 개인회사 추가 설립…투자사업 본격화하나). 당초 이 전 총괄은 블루밍그레이스 대표이자 사내이사로 있었다. 블루밍그레이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31일부로 블루밍그레이스에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같은 시기 이수만 전 총괄은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와 리폴룩스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와 리폴룩스는 이 전 총괄이 각각 2015년, 2019년에 설립한 회사다. 이 전 총괄은 2016년 10월 컬쳐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지난 12월 31일 사임했다. 이 전 총괄은 리폴룩스의 유일한 사내이사이자 대표였는데 지난 12월 31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총괄은 두 회사에서 사내이사직은 계속 맡는다.
3개 회사에는 지난 12월 31일 대표이사가 새롭게 선임됐다. 이진규 전 SMF&B디벨롭먼트 대표와 서형준 씨가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진규 대표는 이수만 전 총괄의 조카이자 소녀시대 멤버 써니 친언니로 확인됐다.
이수만 전 총괄은 A20엔터에서 프로듀싱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A20엔터는 이 전 총괄이 설립한 회사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중국과 미국, 일본에 지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괄은 A20엔터의 핵심 프로듀서와 비전 리더(Key Producer&Visionary Leader)로 이름을 올렸다.
A20엔터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K-POP(케이팝)의 개척자인 이수만 프로듀서와 히트곡 제조기라는 별칭의 유영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 전 과정을 함께 한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지난 12월 중국과 미국 국적 멤버 5명으로 구성된 A20엔터 소속 ‘A20 MAY’가 음원 ‘Under My Skin(A2O)’를 발매하며 공식 데뷔했다.
A20엔터는 글로벌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참여형 교육 플랫폼’을 표방한다. A20엔터는 젠지 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알파 세대(2010년대 초반~2020년대 중반 출생)로 구성된 ‘A2O 루키즈’를 육성한다. 연습생 격인 루키즈들은 나이에 따라 분류된 4개 반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A20 루키즈가 활동하는 모습은 A20엔터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A20엔터는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기본 콘텐츠에 창작을 더해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A20 루키즈는 1명을 빼고는 모두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중국은 수요에 비해 문화 산업이 따라오고 있지 않다. 검증된 아티스트나 아티스트를 제작한 사람들과 제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중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양국이 협의하기도 했다”며 “중국에서 문화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이 한국 문화에 길들여진 세대로 교체됐다”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맺은 경업금지 약정에도 관심
이수만 전 총괄이 프로듀싱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하이브와 맺은 경업금지 약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3년 2월 이 전 총괄은 자신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를 약 4228억 원에 하이브에 매각했다. 당시 이 전 총괄과 하이브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으면서 경업금지 조항을 넣었다. 경업금지는 주식이나 사업을 매각한 사람이 일정 기간 같은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주식이나 사업 인수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경업금지 조항에는 이 전 총괄이 2026년 초까지 해외에서만 프로듀싱 업무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업금지 약정 기한이 끝난 후 이 전 총괄이 국내 프로듀싱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섭 교수는 “해외에서 스타를 키운 다음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미국 영화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은 다음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수만 전 총괄이 개인회사 세 곳의 대표를 내려놓은 것은 경업금지 약정을 의식한 행보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경업금지 약정 조항을 정확히 봐야겠지만, 경업금지 약정 위반 여지를 의식했다면 애초에 대표를 맡지 않았을 듯하다”고 말했다. 블루밍그레이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 활동을 펼친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는 음악 저작권 관련한 서비스업을 영위하고 있다. 리폴룩스는 무인 드론 관련 회사다.
이와 관련, 이수만 전 총괄 측 관계자는 “(이수만 전 총괄이 개인회사 대표에서 물러난 데에) 특별한 배경은 없다. A20엔터를 통한 프로듀싱 업무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며 “(A20엔터 등은) 경업금지 약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