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칩거 깬 원빈도 빈소 찾아 조문…유족들 위로하기도

가장 먼저 주목 받은 것은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고 김새론과 함께 했던 배우 원빈이었다. 이 작품 이후 15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사실상 연기자로서 은퇴한 것으로 여겨졌던 그는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유족들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이자 배우인 이나영과 함께 근조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원빈은 영화 '아저씨'에서 전직 특수요원 태식 역을, 김새론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옆집 소녀 소미 역을 맡아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관계성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톱스타였던 원빈에게 아역임에도 불구하고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김새론에게 특별한 관심이 쏟아졌고, 원빈 역시 작품 성공의 공을 이 어린 배우에게 돌리며 스크린 밖에서도 훈훈한 케미스트리를 보였다. 그런 그가 연예계를 떠난 사이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보에 칩거를 깨고 고인의 빈소를 직접 찾은 것이다.
아역시절부터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했던 만큼 고인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도 하나둘씩 빈소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영화 '이웃사람'(2012)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성균이 빈소를 찾았으며, 영화 '도희야'에서 공동 주연을 맡은 배우 배두나는 근조화환으로 조용히 추모의 뜻을 전했다. 생전 고인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배우 김보라, 한소희와 뮤지션 악뮤(이찬혁, 이수현), 방송인 장성규 등 많은 동료들도 이곳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후에도 고인은 영화 '이웃사람', '바비', '도희야'와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엄마가 뭐길래' '여왕의 교실', '마녀보감', '우수무당 가두심' 등 스크린과 TV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왔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기에 성인 배우로 전환 후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아역 출신 배우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논란이 일면서 고인의 배우 인생은 잠시 '일시 정지'에 놓여야 했다. 음주 상태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변압기와 가드레일, 가로수 등을 들이받고 도주했던 김새론은 이튿날 자필 사과문을 올린 뒤 사고 피해를 입은 상가 상인과 합의해 손해배상금을 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벌금 2000만 원이 확정되면서 김새론은 연기자 활동을 멈추고 자숙에 들어갔다.
당시 김새론은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을 촬영 중이었으나 후반부 촬영분이 대부분 편집됐고,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던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도 하차해야 했다. 소속사였던 골드메달리스트와도 계약이 해지되면서 이 과정에서 위약금 등 수억 원의 빚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 복귀가 어려워진 고인은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자 했지만 그를 알아보는 손님이 많아져 해고와 재취업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연기자로서의 꿈은 놓지 않았다. 김새론은 2024년 저예산 독립영화 '기타맨'의 촬영을 마쳤고 올해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기타맨'은 언더 밴드 볼케이노에 천재 기타리스트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결국 이 영화는 고인의 유작이 됐다.
김새론이 생전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는 주변의 이야기도 나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복귀가 계속 좌절되고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이슈가 되면서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며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배우로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복귀에 긍정적인 모습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들 허망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김새론은 2월 16일 오후 4시 54분께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친구가 집을 방문했다가 쓰러져 있는 고인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변사 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인은 2월 19일 오전 6시 20분에 엄수되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