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기 생각했다면 맥주 아닌 양주 마셨을 것”…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 부인해 형량 낮추기 전략인 듯

그렇지만 8월 1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전략을 수정해 김호중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변호인단은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2차 공판을 앞두고 피해자의 “김호중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도 법원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사건의 각 범행과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징역 2년 6월의 실형 선고까지는 막지는 못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호중 측은 다시 핵심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재판 전략을 수정했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바라는 방식의 1심 대응 전략이 결국 실형 선고를 막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김호중 측은 다시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전략으로 돌아갔다.
이날 공판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변호인단이 김호중의 당일 행적이 전형적인 술타기 수법과 차이가 크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김호중 측은 “술타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경찰에도 스스로 술을 마셨다고 밝혀야 할 텐데 김호중은 오히려 부인했다”며 “솔직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잘못했지만 술타기 수법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술타기 할 생각이었다면 캔 맥주가 아닌 독한 양주를 마셨을 것인데 당시 편의점 묶음 할인으로 (맥주) 4캔을 샀다”라며 “젊은 30대 남성이 음료수 대신 맥주를 산 건 상식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500페이지가량의 방대한 수사 기록에서 술타기 수법 관련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라며 “수사기관에서도 술타기 의혹은 의심하지 않았던 걸로 보이는데 검찰은 항소 요지에서 술타기 의혹을 단정적으로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술타기 수법을 활용한 ‘사고 후 고의 음주’ 등 사법방해 행위는 처벌 규정조차 명확하지 않다. 검찰이 김호중 사건 발생 직후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럼에도 술타기 의혹을 주요 쟁점으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김호중 사건 이후 술타기 수법을 활용한 비슷한 ‘사고 후 고의 음주’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김호중의 이름이 계속 거론될 만큼 여론이 매우 나빠졌다. 검찰이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해당 법이 ‘김호중법’으로 불릴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김호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해 모든 사법 처벌이 끝난 뒤 가수 활동을 재개하려 할 때에도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김호중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응 수위가 높아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호중 사건이 불거지자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후 검찰은 김호중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례적으로 담당 검사가 직접 출석할 만큼 적극 대응했다.
재판 전략으로서 실질적인 필요성도 있다. 전형적인 술타기 수법이 아니었다는 부분은 핵심 혐의인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부인하는 데에도 활용도가 크다.

김호중 측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 제대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과수 감정에서 음주 대사체 수치가 기준치 10분의 1 수준으로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가벼운 음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많은 일행이 장소를 옮기며 주문했던 주류 총량으로 계산됐기 때문에 김호중이 마신 술(의 양)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인 폐쇄회로(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김호중 측은 “김호중은 한쪽 발목에 상당한 기형이 있어서 걷는 데 장애가 있다. 평소 걸음걸이도 정상인과 다른데 남들 보기에 비틀거린 것처럼 보인 게 음주 때문이라는 건 잘못된 단정”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에서 김호중 측은 음주사건 2시간여 뒤 구리의 한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매니저와 함께 캔맥주 4캔과 음료 2개, 과자 하나 등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CCTV에 찍힌 김호중의 모습이 만취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은 오히려 술타기 수법 의혹으로 이어졌다. 김호중 측은 2심 재판에서 술타기 의혹을 부인하며 당시 김호중이 ‘상식적으로 음료수 대신 맥주를 사는 젊은 30대 남성’이었을 뿐 ‘술타기를 하려 하거나 만취 상태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호중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가장 높다. 특가법상 도주치상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게다가 김호중이 교통사고를 낸 뒤 바로 도주한 사실 관계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김호중 측의 항소심 재판전략은 술타기 수법에 대한 부인으로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동시에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부인해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형량을 낮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