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파기환송하며 “‘개인정보취급자’ 해당할 뿐”…법 개정돼 현재는 같은 행위로 처벌 대상 될 수 있어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2018년 11월 15일 수능 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험생 B 씨의 응시원서를 보고 연락처를 알아내 B 씨에게 "사실 맘에 들어서요" 등 개인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의 판단은 A 씨를 수험생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임명한 수능 감독관으로서 교육청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볼 것인지, 단순히 교육청의 지휘 및 감독 하에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개인정보취급자'로 볼 것인 지에 따라 갈렸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2023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전까지 '개인정보취급자'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누설·훼손·위조한 경우 등에 대해서만 처벌되고, 단순히 이용한 상황에 대해서는 처벌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서울툭별시교육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개인정보취급자'는 독자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가 시험감독 업무를 위해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봐 A 씨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공립학교 교사인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인 교육청의 지휘·감독 하에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할 뿐, 교육청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애초 A 씨가 수험생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응시원서를 전달받은 이유가 동일성 확인업무 수행 등을 위한 것이며, 독자적 이익을 위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2023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돼 현재는 A 씨와 같은 행위를 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