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부-명씨 통화 공개되며 특검 필요성 높아져…최 대행, 처벌 감수하고 윤 부부 비호할지 주목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구속기소된 명태균 씨 ‘황금폰’ 공개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명 씨 수사는 현재 창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2월 27일 본회의를 열고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부결’ 당론을 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해 재석의원 274명 중 찬성 182명 반대 9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이번 특검법은 2022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활용된 명 씨의 불법·허위 여론조사에 윤석열 당시 후보와 김건희 여사 등이 개입됐는지를 수사대상으로 한다. 같은해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2024년 4월 총선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이를 통한 공천거래 등도 다룬다.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대응과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등 정부와 지자체, 각종 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에 명 씨와 김 여사 등 민간인이 개입해 국정농단이 있었다는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2월 26일 공개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 파일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 1분 명 씨에 전화를 걸어 2분 32초 동안 나눈 대화였다.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창원의창 공천)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뭐 그렇게 말이 많네. 당 중진들이 제발 이거는 좀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명 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거듭 부탁하자 윤 대통령이 “알았어요”며 “내가 하여튼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11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인지 몰랐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가 나눈 통화 육성 녹취 파일도 공개됐다. 앞서 윤 대통령과 명 씨 통화 후 40여 분이 지나 김 여사가 전화를 걸어 1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권성동하고 윤한홍이가 (김영선 공천을) 반대하잖아요. 보니까. 그렇죠”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 “당선인(윤 대통령)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밀라고) 했어요”라며 “그렇게 하여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될 거예요”라고 약속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기존의 일반특검이 아닌 상설특검으로 선회해 시도하기로 했다. 상설특검법은 특검 출범을 제도화한 법으로, 개별 사안에 대해 특검법을 만들 필요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 또는 법무부 장관의 도입 필요성 판단만으로 곧장 특검 가동이 가능하다. 앞서 2020년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으로 상설특검이 한 차례 이뤄진 바 있다. 다만 상설특검은 일반특검에 비해 수사 인력이 적고, 활동 기간이 짧다.
상설특검은 이미 만들어진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 및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 등은 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김건희 상설특검)’을 발의했다.
명태균 특검법에 담긴 의혹은 김건희 상설특검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등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디올백 명품수수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국가 계약 개입 의혹 △‘임성근 구명로비’ 등 국정농단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게 된다.
김건희 상설특검 법안이 언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직 법사위 내에서 법안 심사나 상정 일정을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김건희 상설특검 법안이 처리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정리되면 다음은 김 여사 아니겠느냐”며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김건희 상설특검법을 발의하면 정치보복처럼 보일까봐 사전에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명태균 특검법에 “인지 수사와 대국민 보고라는 위헌적 조항으로 수사 정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을 겨냥해 ‘제2의 김대업’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의석수 부족으로 명태균 특검법과 김건희 상설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막아내기 어렵다. 결국 공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어간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정략적 요소에 변함이 없다”며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앞서 최 대행은 ‘김건희 특검법’과 ‘윤석열 내란 특검법’을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또한 국회가 2024년 12월 10일 의결한 ‘내란 상설특검’의 경우 법률에 따라 대통령 및 권한대행이 지체 없이 후보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자를 추천 의뢰해야 하는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세 달이 다 되도록 최 대행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최상목 대행이 위헌적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최 대행에게 “청구인(국회)이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의해 부여된 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따라 최 대행에게는 마 후보자를 임명할 법률상 의무가 생겼다. 헌재법 66조에 따르면 ‘헌재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야당에서도 최상목 대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국회의 적법한 권한을 무시하며 삼권분립 체제를 흔들었던 한덕수 최상목 대행은 국회와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재부 측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법률관계 검토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한 후 마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최 대행이 본인의 법적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냥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야권 관계자의 말이다.
“최상목 대행도 내란죄의 주요임무종사자 혹은 동조자 혐의를 받고 있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미의뢰, 마은혁 후보자 미임명 등은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된다. 최 대행도 어차피 나중에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검법 등이 최 대행 거부권 행사로 막히고,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최 대행은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최 대행이 야당과 어느 수준의 타협점을 볼 수도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