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단축 전제 개헌으로 헌재에 기각 호소 메시지…조기 대선 시 윤심 영향력 두고 전망 엇갈려
개헌은 기각을 위한 호소로, 야당을 향한 공세는 여당 1호 당원으로서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윤 대통령 발언에 호응하고 나섰다. 윤심과 당심이 일심동체가 된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를 부각하고 있지만 향후 조기대선 정국이 현실화한다면 ‘계엄 정당’ 프레임에 갇혀 중도층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진술은 한쪽 눈은 헌재를 향해 봤고, 다른 한쪽 눈은 여권 전체를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헌재를 향해서는 개헌 카드를 날려 보냈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을 요약하면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 직무 복귀가 이뤄지면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복귀가 이뤄져도 내치는 관여 않고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헌재의 탄핵 인용 및 대통령직 파면은 실익이 없으므로 기각 내지 각하가 마땅하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으로 해석된다. 탄핵 심판은 고위 공직자인 피청구인을 벌주는 처벌심이 아니라 현재의 공직을 파면하는 징계심인데, 개헌을 한 뒤 임기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마당에 헌재가 굳이 파면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깔아놓은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 언급처럼 개헌이 성사된 뒤 개헌안을 확정짓기 위한 국민투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이뤄지고, 이후 대선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기존 임기(2027년 5월 10일)보다 9개월쯤 앞서 퇴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 단축 개헌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헌법재판관들에게 보여주는 의도로 읽혔다.
윤 대통령은 당심을 윤심과 일치시키려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나라를 위협하는 상황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 그리고 ‘1호 당원 대통령을 적극 응원하는 여당’ 구도를 만들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48차례에 걸쳐 ‘야당’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도 막지 않았고 국회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은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리고는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헌재를 향해서는 탄핵 인용의 효과가 전혀 없음을, 여당을 바라보면서는 ‘내가 이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는데 당신들은 도대체 뭐하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며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다중포석이다. 2030 지지가 강한 데다 탄핵 반대 여론이 의외로 거세다는 정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 특히 ‘직무 복귀를 전제로 한 개헌’을 부각시키며 호평 일색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을 받으면서 본인이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과업으로 개헌을 통해 정치 시스템을 고치려 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서 최후 변론에 담은 것 같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런 내용을 말한 건 옳은 말씀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진정성을 갖고 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선 잠룡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월 2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늘 윤통(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을 들어보니 비상계엄의 막전막후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며 “진정성이 엿보였고, 탄핵 기각이 될 수 있는 최종 진술로 보인다”고 썼다.
홍 시장은 2월 26일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한동훈 책임”이라며 “돌아오면 나한테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온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강하게 날을 세우는 방법으로 윤심과 일체화된 당심을 고스란히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월 26일 연합뉴스TV에 출연, 전반적으로는 말을 아꼈지만 윤 대통령 마지막 진술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도 꽤 있다”고 했다.
잠룡들이 윤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윤심을 잡아야 절대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심이 곧 당심으로 직결되고 있는데 본선만큼 어려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윤심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러다간 대선이 어렵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일단 대권주자들 입장에선 예선부터 통과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당원 투표 절반, 일반 여론조사 절반 비율로 치러지는데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당심이 승패를 좌우했다. 2021년 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의원에게 10%포인트(p) 밀렸지만, 당원투표에서는 23%p 압도적 우위를 보이면서 경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때 당원 투표율은 63.89%로 현행 선거인단 방식이 도입된 2011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당심에서 승부가 결정난 셈이다. 윤 후보는 당심 장악에 힘입어 47.85% 최종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홍 의원(41.50%)과 6.35%p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한 현직 의원은 “현역 의원들 대다수와 당협위원장 절대 다수가 윤 대통령 쪽으로 가면서 당심에서 윤 대통령이 홍준표 의원을 멀찍이 따돌린다는 것이 처음부터 예고됐었다”며 “요즘 선거 추세는 당심이 민심을 움직이는 당심발 바람선거로 흐르고 있어서 잠룡들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당심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윤 대통령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대로 가다간 ‘계엄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까 걱정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를 잇는다. 윤 대통령, 그리고 여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것은 맞지만 계엄을 비판하면서 탄핵을 찬성한다는 여론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층에서 탄핵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계엄 정당이라는 프레임은 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십자포화 표적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의힘이 튼튼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군을 동원한 12·3 계엄은 군의 명예를 중시하는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계엄 정당 꼬리표 붙이기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내세웠던 것과 비슷한 논리를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여당 지도부는 여러 차례 ‘계엄이 부적절하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계엄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예산 칼질에 대한 대국민 호소용이었으며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통치권 행사’라고 밝혔다. 이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면 계엄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실제로 12·3 계엄 직후 급락했던 여권 지지율이 급격히 회복돼 지지율 역전 수치까지 나오는 것만 봐도 이 논리가 국민 여론에 스며들었다는 게 여당 의원들 주장이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렇게 점쳤다.
“계엄은 부적절했고 과잉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지만 직권남용 사안은 될 수 있어도 사법 심판의 대상이 돼 탄핵·파면으로 직결시킬 수는 없다.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도 감안하면 직권남용도 죄를 물을 수 없기에 사회 안정과 국민 통합을 위해 대통령 복귀 후 개헌, 그리고 앞당긴 대선을 한다면 국민들도 보다 안정감 있는 보수정당에 정권 재창출을 허락할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