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측 “1000만 모여야 나라 산다”, 손현보 측 집회엔 국힘 의원 다수 참여…민주당 안국역 총동원령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 측 관계자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기자를 붙잡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에 동참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유통일당 가입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만든 선교카드 가입 정보가 적힌 서명지를 돌리기도 했다.

오후 12시 30분. 광화문역 인근에는 인파가 가득했다. 태극기를 든 중장년층들이 광화문역에서 하차하는 지하철에서 끝없이 쏟아졌다. 개찰구 앞에선 집회 측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승객들을 대상으로 “6번 출구로 가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벤치와 건물 계단에 앉아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불법탄핵 철회하라’ ‘대통령이 옳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었다.
상인들은 가판대를 펼쳐놓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팔았다. 오후 1시 30분쯤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Stop the steal’ 현수막을 받으려는 참가자들끼리 짧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 유튜버들이 방송을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였다. 집회 측 관계자 한 명은 기자에게 “오후 4시부터 깨어있는 청년들이 연단에 선다. 그때까지 함께하라”며 집회 참석을 적극 권유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관계자도 “중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줘야 한다”며 2030 청년층의 참여를 강조했다.
자유통일당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이 집회 관계자는 “1000만 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며 탄핵 반대 서명 종이와 함께 자유통일당 가입서를 내밀었다. 탄핵 반대 서명지에는 전 목사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자유일보’와 ‘선교카드’ 정보가 적혀 있었다.
‘1000만 명’은 전 목사가 강조한 숫자다. 실제로 집회 현장 곳곳에선 교회 조끼를 입은 당원들이 자유통일당 가입서를 들고 가입을 독려하고 있었다. 앞서 전 목사는 3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전광훈TV’에 나와 “3월 1일 광화문에 최소한 1000만 명은 모여야 한다”며 “공수처 해체, 선관위 해체, 헌재 해체, 국수본 해체, 국회 해체도 해야 한다. 광화문에 3000만 명까지 나오면 국가를 새로 건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절 당일인 1일 오전에도 특별생방송을 켜고 “광화문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이 관계자에게 ‘왜 꼭 1000만 명이 필요하냐’고 묻자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선관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유통일당이 제1당이 돼야 윤 대통령이 복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 53명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권성동도, 권영세도 전부 찬성했다. 권성동이가 친중 인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12월 14일 가결된 탄핵소추안은 야당 소속 의원 192명에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7명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5명은 이른바 ‘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세우고 이탈표 단속에 앞장 섰던 권성동 의원이 탄핵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손 목사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하면 국민적 저항을 맞이해 산산이 조각날 것”이라고 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전한길 한국사 강사는 “대한민국에 친중 세력이 너무 많다”며 “이곳 여의도에도 중국인이 소유한 부동산이 많듯 중국이 기술과 땅을 빼앗아 가면 결국 대한민국도 중국처럼 될 것”이라며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 공수처, 선관위, 헌재까지 장악했다”며 “만약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식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김기현, 나경원, 추경호 등 국민의힘 현직 의원 37명이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논란이 된 전 목사의 개인 사업을 이유로 광화문 집회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윤상현, 박대출, 조배숙 의원 등은 여의도와 광화문 양쪽에 모두 참석했다.

오후 2시 40분 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은 ‘자주독립 민주수호’와 ‘내란종식’, ‘윤석열 파면’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 중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두른 사람도 있었다. 현장 한쪽에서는 민주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3·1절 집회에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등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 이후 당원과 지지자들의 결집을 독려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다면 아마 연평도로 가는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꽃게밥이 됐을 것이다. 함께 목숨 걸고 싸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은 가깝고, 영원할 것 같던 겨울도 가고 이제 봄이 온다. 더 아름답고 따스한 봄을 함께 두 손 잡고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대행은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새 역사의 시작으로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단단히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 간 충돌 방지에 애썼다. 이날 대국본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5만 명이다.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세이브코리아 역시 5만 명을 신고했다. 탄핵 촉구 집회를 주최하는 촛불행동과 시민단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도 각각 3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충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동대 91개 부대, 5400여 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