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코치 “완전히 준비된 상태”…감독 “3번 타순이 적합”

이정후는 3월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3회말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2월 25일 콜로라도전 이후 열흘 만에 나온 시범경기 2호포다. 이날도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 화이트삭스의 선발 투수 조나단 캐넌을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이정후는 3회 1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2볼-1스트라이크 이후 4구 체인지업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 이정후의 타구는 우측으로 길게 뻗어갔고, 마침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가 됐다. 이로써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4회 2사 만루에 바뀐 투수인 좌완 타일러 길버트를 상대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는데 2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5회초 수비하러 외야로 향하던 이정후는 마지막 타석에서의 스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타격하는 시늉을 해 보이며 걸어간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음에도 좌완 투수를 상대한 세 번째 타석이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이정후는 6회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쳤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투수는 42세의 백전노장 저스틴 벌랜더였다. 벌랜더는 이날 4이닝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사이영상 3회, 최우수선수(MVP), 9차례의 올스타 선정, 2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룬 벌랜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경기 후 만난 저스틴 벌랜더는 자이언츠 담당 기자가 이정후의 수비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려줬다.
“(이정후의) 수비를 많이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가 높은 기대를 받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어느 리그든 결국에는 실력이 중요하다. 그의 실력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날 투런포를 터트린 이정후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를 묻자 벌랜더는 “좋은 질문”이라고 말하면서 “타격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고 이정후를 평가했다.
“(이정후는) 타격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리고 손끝의 감각이 좋아서 다양한 투구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아마 (이정후를) 상대하는 팀 입장에선 까다로운 선수임이 분명하다. (난 오늘) 이정후의 홈런을 보는 게 좋았다.”

6회 수비 때 교체된 이정후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홈런 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물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조나단 캐넌의) 체인지업에 헛스윙했던 게 도움이 됐다. 두 번째 타석은 투 볼 원 스트라이크 이후 앞 타석에서 봤던 체인지업이 들어와 방망이를 돌렸는데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2024시즌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3 OPS 0.911을 기록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이정후는 “작년에도 시범경기 성적이 좋았다”면서 “작년하고 차이점이 있다면 타구 질이 좋고 타이밍이 잘 맞아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좌완 투수를 상대한 마지막 타석에서 내야 땅볼 타구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 자신이 욕심을 부렸다고 인정한다.
“내가 욕심을 부렸다. 그 타석에서 안 나와야 하는 동작이 나왔다. 방망이를 돌릴 때 오른쪽 어깨가 들리면 안 되는데 어깨가 들려 맞았다. 이걸 안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욕심을 내는 바람에 아쉬운 타석이 되고 말았다.”
이정후는 남은 시범 경기 동안 좌완 투수 공을 많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완 투수에 비해 좌투수 공을 많이 못 봤다. (한국시간으로) 3월 23일 애리조나에서의 시범 경기는 마무리되는데 이후 샌프란시스코 홈에서 두세 차례 더 시범경기가 열리니 그때까지 몸 안 다치고 잘 준비해서 지금의 타격감을 개막전 때까지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로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는 팻 버렐 코치는 ‘일요신문i’와의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수술 후 성공적으로 복귀한 데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정말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보다 올해 타석에서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 지난해의 이정후는 이 리그가 모두 새로운 것뿐이었다. 새로운 일정,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다 안타깝게 부상을 당했고,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 받은 선수가 이정후처럼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오프시즌 동안 얼마나 열심히 재활 훈련을 소화했고,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경기 중 플레이로 나타난다.”
버렐 타격코치는 겨울 동안 이정후가 보낸 타격 훈련 영상 몇 개를 챙겨봤다고 말한다. 그는 이정후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스윙하는 걸 확인하고 놀라웠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할 때 완전히 준비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게 정말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정후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코치 입장에선 그의 노력과 성실함이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 팀의 다른 젊은 선수들이 그의 근면함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그는 코치가 원하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고, 실천에 옮긴다. 이는 그의 준비 과정과 야구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이다. 그는 타격에서 팀 내 많은 선수들보다 앞서 있다. 무엇보다 야구를 즐기고 있는데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버렐 코치에게 2024시즌 부상당하기 전까지의 이정후와 지금의 이정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물었다. 버렐 코치는 “올해 이정후가 조금 더 강해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정후에 대한 칭찬은 버렐 타격코치뿐만이 아니다. 밥 멜빈 감독도 매 경기 후 인터뷰 때마다 이정후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닌 진심을 담아 선수 관련된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매 경기 점점 더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시범경기 초반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공을 다 쳐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뛰어난 타격 기술을 언급했다.
“3-2 풀 카운트에서 타구를 우측으로 보내 1루 주자를 3루로 보냈다. 이정후의 타격 기술 관련해 좋은 점이 정말 많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 멜빈 감독은 타순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이정후가 3번에서 더 편해 보인다” “이정후가 스윙하기를 좋아한다. 지난 시즌 3번 타순에 배치했을 때 느낄 수 있었다”라며 “이정후에게 3번 타자 자리가 더 적합할 것”이라는 말로 이정후의 올 시즌 타순이 3번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