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매각으로 충전 사업 차질, 그룹 경영난에 본업 실적도 감소…롯데이노베이트 “롯데렌탈 협력 유지”

이번 거래는 롯데렌탈과 협력 관계에 있던 롯데이노베이트에 악재로 꼽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 플랫폼 이브이시스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했다. 이브이시스는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보고 인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다. 그중 핵심은 롯데렌탈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 렌터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렌탈은 롯데이노베이트의 전기차 충전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지난해 3월 양사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및 충전소 운영을 위한 공동 영업과 마케팅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각 사의 고객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1년 만에 그룹 계열사에서 벗어나면서 협력 관계가 느슨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A(인수합병) 직후 대외적으로 공표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지켜지기 어렵다. 롯데렌탈 매각 직후에는 협력 관계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신사업은 지난해 성장세가 꺾였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이브이시스는 지난해 88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804억 원보다 10.1% 성장했다. 이는 전년 성장률 64.5%에 견줘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33억 원으로 전년보다 402.4% 급증하며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현재 전기차 충전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고 있지 않다. 특히 전기차 충전 관련 사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브이시스의 실적은 모회사 롯데이노베이트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이노베이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57억 원으로 전년 569억 원 대비 54.8%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340억 원을 크게 하회한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롯데그룹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매출 규모나 이익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유안타증권 이창영 연구원은 지난 2월 “올해 롯데그룹 경영난으로 SI(시스템통합) 매출 축소가 예상된다”면서 롯데이노베이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 원에서 3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다. 2019년 5만 원대까지 오르던 주가는 신사업 부진으로 1만 9000원대까지 밀렸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롯데이노베이트 내부적으로 주가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 3월 17일 김경엽 대표를 비롯한 19명의 롯데이노베이트 임원진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김경엽 대표는 서원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노트르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는 주로 재무·관리 부분에서 활약했다. 2005년 롯데이노베이트에 합류한 이후 재경팀장, 전략기획팀장, 경영혁신TF팀장,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쳤다. 2018년에는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인 현대정보기술의 대표를 맡았다. 2019년 롯데이노베이트가 현대정보기술을 합병한 이후 비즈니스솔루션본부장으로 복귀했다.
SI 기업인 롯데이노베이트는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회사다. 2024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약 7323억 원이다. 전체 매출액(1조 547억 원)의 69.4%가량이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나온 매출이다.
대규모기업집단에 소속된 SI 업종 회사는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의 내부 정보를 다루는 SI 업무 특성상 정보 보안을 위해 그룹 계열사 SI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업구조에서는 사업 확장보다는 재무·관리에 강점을 보인 김경엽 대표와 같은 인물이 적임자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신사업 확장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그룹사 경영난에 따른 매출 감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신사업 실적 개선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이러한 징후가 보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이노베이트의 내부 매출은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주요 기업 대표 출신인 한 인사는 “신사업 확장에는 보통 재무적인 강점을 보이는 대표보다는 신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과감한 추진력을 보이는 대표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롯데렌탈과 맺은 계약은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이라며 “지난해 신사업 투자와 관련한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향후 신사업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