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한 달 만에 강남 3구·용산구 묶어, 정책 신뢰 잃어…투기 무관 법정동까지 ‘통규제’ 주민들 볼멘소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 아파트가 3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305곳 중에 291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지 약 한 달 만에 더욱 강력한 규제로 되돌아온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특정 지역이나 동이 아니라 ‘구’ 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 이유는 해제 직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투기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전국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시의 주택가격은 0.18% 올라 1월에(0.04%) 비해 오름폭이 크게 확대했다. 송파(0.94%), 서초(0.74%), 강남(0.68%)이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주간 단위로도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0% 올라 첫째 주(0.14%) 대비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모두 오름폭이 커지면서 강남의 집값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자마자 당장 강남권은 ‘거래 절벽’ 상태에 접어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매수자가 2년 이상 실거주하는 경우에만 매매가 허용된다. 이 경우 전세를 낀 매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상당한 자기 자본금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매 수요가 줄어든다.
3월 25일에 만난 오규성 잠실롯데 공인중개사사무소장은 “지난주까지는 거래가 급하게 이뤄졌다. 전세를 끼고 사고팔아야 하는 분들이 서둘러 매매에 나섰고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에는 가격을 대폭 낮춰서라도 거래에 나섰다”라며 “잠실 쪽에서만 최근 하락 거래가 10건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24일 월요일부터는 분위기가 백팔십도 바뀌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해제 이후 인테리어를 새로 한 매물까지 포함해 최대 5억 원 정도까지 상승 거래가 이뤄졌지만 재지정 전주에는 가격을 2억~3억 정도 낮춰 급매로 거래됐다. 현재는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사상 처음으로 구 단위 ‘통규제’를 실시하면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지역도 있다. 집값 급등 이슈나 정비사업 호재가 딱히 없는데도 별안간 규제 아파트로 묶이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 중 동 단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1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거래 가격이 10억 원이 채 안 되는 법정동도 4곳에 이른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개업한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 구축은 33평짜리가 7억~8억 원 수준이고 여기는 투기와 상관도 없는데 아파트라고 뭉뚱그려 다 묶어놨다. 매물 문의는 있는데 전세 끼고 구매하려고 오시는 분들한테는 소개를 못 드린다”라며 “이미 전세 놓고 계시는 분들도 세입자를 먼저 내보내야 매수자한테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크게 곤란한 상황이고 매수자는 매수자대로 기존에 무주택자였어야 하고 세대원이 다 와야 한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혼란이 크다”라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33평짜리 기준으로 놓고 볼 때 강동구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 매매가가 25억 원이고 취득세가 1%다. 거여동 3년 차 신축 가격이 16억 원 수준인데 송파구라고 취득세가 3%가 붙는다”라며 “거여1동부터 마천동까지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낙후지역인데 잠실이랑 같이 묶어버렸다. 풍선효과를 우려한다고 해도 납득이 잘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올해 9월 30일까지 6개월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6개월 이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잠삼대청 지역도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번 묶은 후 주기적으로 연장을 반복하며 5년 가까이 묶어놨었다.
이와 관련,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풀자마자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걸 보고 정부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묶었다. 이제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어떤 정치인이 와도 풀기 어렵다”라며 “핀셋 규제해봤자 풍선효과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구 단위로 묶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포·성동구도 묶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강동·동작·마포·성동 등 주변지역과 과천·판교 등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성수동과 맞닿은 성동구 금호·옥수동의 경우 호가가 2억 원가량 올랐다.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3월 9일 22억 원 가량에 거래됐으나 현재 비슷한 매물의 호가가 25억 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년간 실거주자만 거래할 수 있어 임대차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서울 입주물량은 감소 추세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 7681가구에서 내년 9640가구로 급격히 줄어든다. 임대차 물량 감소로 전세가가 상승하고 이는 집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법정동 단위로 국지적으로 지정되면서 전·월세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광범위하게 지정돼 대체 지역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라며 “매수자의 실거주 요건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들도 밀려나면서 전세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이 줄어들어도 전세가와 집값이 동반 상승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처음부터 집값 상승 우려가 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돼 있었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한도 관리로 막혀 있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역시 새해를 맞이해 풀리기 시작한 시점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어렵게 풀자마자 한 달 만에 재지정하면서 정책이 신뢰도를 크게 잃었다. 규제라는 것이 함부로 성급하게 오락가락하면 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다”라며 “토허제 해제 이후 가격 상승은, 억눌렸던 수요를 감안하면 그 정도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인내했어야 한다. 추가적인 가격 급등과 투기 우려가 있었다면 토지거래허가제보다 조세 정책이나 대출 규제로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후 거래량과 가격 변동률을 모니터링한 후에 재지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쪽 한강변 아파트 중심으로 계속 신고가를 찍고 있다는 동향을 파악했고, 허가구역 이외 지역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어 구별로 확대지정하게 됐다”라며 “서울시 입장에서는 당초 3~6개월 정도 모니터링을 더 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르게 결단을 내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