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 재건축 14곳 호가 상승세…“묶어둘 실익 낮아” “동시에 풀었어야” 지적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해제 발표가 나자마자 매물이 다 들어갔다. 지금은 나오는 매물이 없고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올려서 팔려고 기다리는 추세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센트럴 아이파크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장은 “32평 기준으로 1억~2억 원씩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렸다. 제일 심한 경우는 32억 원 정도에 거래되던 34평짜리 신축을 40억 원까지 올린 케이스도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은 공통적으로 아직 얼어붙어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고 갑자기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희망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앞서의 리센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장은 “활발하던 때랑 비교하면 거래량이 10분의 1 수준이다. 지금도 분위기만 요란하지 실제 거래는 극히 드문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단지에서는 호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 상가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쪽에서 팔 사람은 이미 다 팔고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덩달아 가격이 뛰면서 34평 기준으로 2억 원씩 올라 33억~34억 원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무소장 역시 “여기는 아직 실거주 의무에 묶여 있으니까 공급이 많이 안 나오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은데 다른 지역 호가가 오르니까 이쪽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라고 말했다.
잠실동 우성 1·2·3차 아파트 역시 30평 기준으로 2억 원가량 호가가 올랐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38평 아파트 기준 3억 원가량 호가가 오르며 평균 7~8%가량 인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장은 “한꺼번에 풀어줬으면 고르게 수요가 분산됐을 텐데 일부만 풀어주면 우선 풀어준 쪽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그러면 당연히 이쪽도 자동적으로 가격이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재건축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실익이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있는데도 올해만 33~34평 아파트가 3억 원이 올랐다”라며 “가격이 오르는 건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지역이 좋고 실거주 수요가 충분해 어차피 꾸준히 오르고 있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굳이 묶어둘 이유도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일종의 시그널이 된다. 묶어놨을 때도 이미 신고가가 꾸준히 나오던 지역인데 규제를 푸니까 오히려 호재가 돼서 가격이 더 튀었다”라며 “나중에 재건축 단지 풀면 그게 또 호재로 작용하면서 인근 지역들이 한꺼번에 동반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는 한번에 맞았어야 하고 2023년 1월에 둔촌주공 미분양이 나고 1·3 부동산 대책 내놓을 때 같이 풀었으면 깔끔했을 것이다. 지금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바람에 신고가 나오는 지역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이상한 모양이 됐다”라며 “특히 지방 미분양이 심해지면서 지방 자산가들이 이 지역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다 서울 집값이 빠지면 전국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