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정안’ 2019년 세금 들인 ‘통제방안’ 방치…12·3 이후 쏟아진 계엄법 개정안 58건 상임위 계류

군부독재 시절인 1981년 이후 계엄령 우려가 다시 부각한 때는 2017년 무렵이었다. 박근혜 정부 국방부가 '박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계엄령 발동을 준비한 문건이 뒤늦게 발견되면서다. 이 문건은 12·3 비상계엄 참조 자료로 활용됐다고도 알려졌다.
이 문건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당시 국회는 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섰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2018년 '계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국방부 장관 등의 계엄선포 건의 요건을 기존 '전시·사변에 준하는 사태'에서 '적과 교전 상태에 있는 경우'로 바꾸는 게 핵심이었다.
야당 반대도 그리 강하진 않았다. 같은 해 11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종섭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 취지는 이해된다"면서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동시에 권한을 갖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국방부에서는 지금의 절차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 "계엄령 건의 및 선포는 다양한 관련 법령을 토대로 국방부 비상대책위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당시 정 장관은 "정 의원님 말씀 유념하겠다"며 국회에 의견서를 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의견서 제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요신문이 국방부에 해당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자료 부존재' 대답이 돌아왔다. 그 시기 국방위에서 활동한 여야 관계자들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구체적으로, 처음헌법연구소는 "대부분 국가는 계엄 선포 때 국회 사전승인을 요구한다"며 "우리나라는 계엄선포 요건이 완화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계엄 선포 시 국회의장과 협의' 등을 담은 개정안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프랑스, 터키, 캐나다 등은 계엄 선포 때 헌법위원회나 부총리 등 협의가 의무다.
처음헌법연구소는 이 밖에도 △계엄선포 시 국회 보고 의무 △국회 폐회 상태라면 개회 간주 특례 △계엄 시행기간 공고 신설 △계엄 시행 지역에서 국가의 불법 행위로 생명권이 침해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 소멸 등을 담은 30여 개 항목에 대해 법 개정의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확인하고도 정부입법 등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국회 역시 여야 어느 쪽도 계엄법 개정을 시도조차 않았다. 그런 끝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뒤늦게 해당 연구결과를 반영한 대안 마련을 국방부에 주문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는 일요신문에 "해당 연구결과가 박근혜 정부 국방부의 계엄령 문건 사태가 차츰 관심에서 낮아지기 시작한 때 나온 까닭에서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듯하다"며 "해외 사례 비교 등 유의미한 결과가 담겼는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도 "당시 연구결과 여러 핵심 가운데 하나는 군 통수권자의 남용과 정치적 오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며 "이 연구물을 정부가 발주해놓고 왜 현실에 반영하지 않았는지 그 배경을 모르겠다. 만약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며 일각에선 향후 더 심각한 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탄핵 기각 후 '제2 계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 12·3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계엄군에 국회 진입을 지시하며 "국회가 해제해도 두 번, 세 번 또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위법한 비상계엄 재발을 막을 방법은 간단하다. 이제라도 계엄법을 개정하면 된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에 제출된 계엄법 개정안 발의 건수는 58건에 달했다. 계엄 선포 시 국회 등 동의를 의무화하고, 선포 후에도 기간과 지역 등 설정에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식의 통제안을 담은 게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 법안 전부 상임위 심사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제2 계엄이 걱정된다면서, 실제로는 제도 개선에 머뭇거리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 한 당직자는 "유사한 법안끼리는 내용 조율 등이 필요한데, 현재 발의 법안은 너무 많아 문제"라면서도 "물론 다른 사안들에 밀린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2024년 12월 10일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분 역시 수사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그 배경을 추궁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며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 관련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