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뒤 수백km 떨어진 광주로 도주했다가 검거…사업 실패 비관? 경찰 “구체적 범행 경위 조사 중”

범행 뒤 A 씨는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유서 형태 메모를 남기고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소재 빌라로 달아났다. 해당 메모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로부터 "죽어버리겠다"는 연락을 받은 A 씨의 누나는 "동생 상태가 이상하다"며 119에 신고했고, 소방당국은 일가족이 거주하던 아파트로 출동해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한 15일 오전 9시 55분쯤 집 안에서는 5명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나가 현장을 통제한 채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흉기나 둔기에 의한 공격 흔적은 없었으며, 경찰은 A 씨가 수면제를 사용해 가족들이 잠들게 한 뒤 이들을 차례로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분석과 기지국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용의자 A 씨의 동선을 확보한 뒤 그가 도주한 지역을 관할하는 광주경찰청에 공조 요청을 했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A 씨가 머무르고 있던 광주시 동구의 빌라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 씨는 수면제를 많이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진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광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은 회복한 A 씨를 긴급체포한 뒤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주말 부부로 혼자 광주에 거주하면서 아파트 건축 관련 업무대행사 일을 하던 A 씨가 사업 실패를 비관해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면서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광주경찰청에는 A 씨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이다.
경찰은 시신 5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사인을 규명하고, A 씨의 행적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밝힐 계획이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