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 속 거래량 급감, 시장 관망세…규제·공급·전세·지역균형까지 과제 산적
#조기 대선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파장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모르는데 급하게 팔 이유도 없고 대선까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시장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이 본격적인 선거 유세 돌입하면서 제시하는 정책들을 보고 수요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이나 지역개발 등의 언급이 많을 것으로 보이고 공약이 현실적인지 실천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면서 수요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면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이 받쳐주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 때와 정책이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여대야소 정국이 열리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시 추진할 것이고 강남 집값이 과열되면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하려고 했던 임대차 3법 같은 경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정책은 차기 정부의 성패를 가를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27차례 이어졌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민주당은 신중한 분위기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지만 민주당이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 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됐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유연한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은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권 탄핵 직후인 2017년 조기 대선 당시에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탔으나 현재는 서울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합세거나 하락세다. 불안한 매수심리가 ‘똘똘한 한 채’로 쏠리면서 서울 핵심 지역은 과열되고 수도권 외곽부터 지방까지는 침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와 대외 환경 악화로 인한 자재비 급등은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사업성 악화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마다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이어지고 3기 신도시 역시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공급 물량은 감소세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공급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다고 했으나 자재값은 더 오르고 있고 분양가 역시 같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시행사뿐 아니라 건설사가 직접 시행을 맡은 사업도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가 공급 문제를 풀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차기 정부 과제는?

공급 문제를 최우선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지금 입주 가능한 물량이 너무 없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안정적으로 공급을 해나가면서 집값이 너무 오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몇 년 후에 몇백만 호가 공급된다는 추상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내에 수요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3기 신도시처럼 앞서서 진행됐던 공급 계획들을 풀어나가야 하고 순차적으로 그린벨트 해제한 지역에서 추가적인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식으로 실질적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게 하나씩 정리해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라도 다주택자 규제는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강남 집값만 과열되고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침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대표는 “100억 원짜리 집 한 채는 괜찮은데 10억짜리 집 10채는 안 되는 구조다. 서울 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세제 혜택 등을 주면서 지방권 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미분양 이슈가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던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강남 쏠림 현상이 지속되도록 방치해두면 시장이 전체적으로 무너지고 주택 공급은 더 어려워진다”라며 “차기 정부가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고 지역별 격차를 해소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게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세 사기와 이른바 ‘깡통 전세’ 문제가 확산되면서 특히 비 아파트 전세 시장 전반이 불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 시장의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김학환 교수는 “보증금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한도나 은행의 전세대출 한도를 낮춰야 한다. 전세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주지 않으면 전세가와 집값이 자극을 덜 받는다”라며 “전세가 월세화되면 월세소득공제 등 이에 대응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마련해주는 등 안정적인 제도 운영 방안을 꾀해야 한다. 공공 임대 주택 건설 확대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