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어 올해 1월 패소…수십 건 진행되는 집단소송 판결에 영향 미칠지 주목
앞서 이웅열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은 비슷한 성격의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수십 건이 진행되고 있어 이번 판결이 끼칠 영향에 시선이 쏠린다. 만약 집단소송에서 질 경우 손해배상액이 수백억 원 규모가 돼 코오롱생명과학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A 씨는 2009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해 2017년 7월 18일까지 일부를 사고팔았다. 그러다 2018년 1월 25일 무상증자·배당을 통해 주식 300주를 추가로 받았고, 같은 해 두 차례에 걸쳐 주식 1주씩 더 매수했다. 변론 종결일이던 지난해 12월 13일 기준 총 903주를 보유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티슈진과 계약에 따라 인보사 관련 기술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19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7월 국내 29번째로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수년간 인보사의 가치에 대해 언급해왔다.
2019년 3월 31일 식약처가 인보사의 제조·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바뀐 세포 1개 성분이 허가받은 유전자 도입 연골세포가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로 추정된다는 이유였다.
중단 발표 다음 영업일인 4월 1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7만 5000원대였던 주가는 3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며 2만 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A 씨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그동안 여러 공시를 통해 인보사를 언급했던 것이 ‘허위공시’라고 주장하며 자본시장법 162조 ‘거짓의 기재 등에 의한 배상책임’을 근거로 2019년 9월 26일 코오롱생명과학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웅희 판사는 판결문에 “코오롱생명과학 사업보고서 등에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가 있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열 명예회장은 A 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 판사는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 하락이 언론의 과도하고 부적절한 보도 탓일 수 있고, A 씨의 손실이 오로지 사업보고서 때문만으로 보기 어렵다”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명예회장에게 손해액의 60%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판결 일정 사이에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형사 재판 1심 선고가 끼어 있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29일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인보사의 성분이 달랐다는 것을 이 명예회장이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명예회장이 이를 인식한 시점이 제조·판매 시기보다 늦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의 무죄 판결이 손해배상 판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 소송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이 명예회장 혐의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기에 처벌이 쉽지 않다”며 “자본시장법을 토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고의·과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공시의 허위성과 중요도만 입증하면 된다. 앞선 두 사건이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단소송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보사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앞서 2건을 포함해 모두 27건에 달한다. 원고의 수는 총 1585명이며 소송액은 약 375억 원이다.
원고 측 대리를 맡고 있는 변호인들은 앞선 두 건의 판결이 집단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집단 소송 역시 앞서 선고된 1심 재판들과 주요 쟁점이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소송을 맡고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법원은 확정된 판결과 모순되는 판결을 피하려 하고, 당사자의 주장보다 법원의 판결을 더 신뢰한다”며 “다른 동종 사건에도 앞선 두 건의 판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부채 총계는 2023년 1717억 원에서 지난해 2702억 원으로 늘었다. 소송충당부채가 포함된 유동충당부채가 같은 기간 22억 원에서 335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부채 비율은 2023년 124%에서 지난해 180%로 늘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만으로 부채 비율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3년부터 적자 전환했다. 2023년 240억 원, 지난해 2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307억 원에서 93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24억 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집단소송에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열 명예회장이 또 패소해 피해보상액을 부담해야 할 경우 이 명예회장의 부담분을 실제로 누가 부담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대부분의 손해배상 소송에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회사와 공동 피고인일 경우 회사 업무상 발생한 사유로 봐 이 명예회장의 피해보상 부담분까지 회삿돈으로 지출될 수 있다. 앞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난 2건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명예회장이 함께 원고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고, 소송비용 일부를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앞서 두 건의 판결이 향후 다른 주주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그 (실제적) 영향 관계를 검토 중이며 회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소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 소송 비용과 관련해선 “이 명예회장이 그룹에서 물러난 상태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