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부회장 첫해 모빌리티·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 성적표 초라…‘사업 대수술’로 성과 보여야

이규호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에 오른 첫해 비교적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빌리티의 실적이 감소했다. 지주사 코오롱의 연결실적도 함께 악화됐다. 연결기준 코오롱은 매출 5조 7693억 원, 영업이익 2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 77.9% 줄었다. 주요 자회사들의 영업이익 등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룹 신사업으로 점찍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실적이 두드러지게 악화됐다. △수입차 신차 판매 △인증 중고차 △AS 정비 △고급 오디오 판매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코오롱모빌리티는 2023년 1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판매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출범했다. 이 부회장이 출범 첫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모빌리티는 그룹 주요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2조 2580억 원, 영업이익 19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6% 감소, 영업이익은 50% 줄었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전기차 수요 둔화 지속 등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코오롱모빌리티 측은 설명했다.
또 다른 모빌리티 계열사인 ‘파파모빌리티’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파파모빌리티는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운송서비스업 회사로 코오롱이 모빌리티 관련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파파모빌리티는 이웅열 명예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투자를 해온 회사다. 2022년 코오롱이 60억 원을 출자하며 계열사로 편입한 바 있다. 코오롱은 지난해 6월까지 총 329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유상증자로 파파모빌리티에 조달했다. 파파모빌리티의 최대주주는 코오롱으로 지분 93.37%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인 이 명예회장은 지분 2.79%를 갖고 있다.
파파모빌리티는 매출에 비해 손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매출은 28억 4000만 원 수준이다. 2022년 86억 원이었던 순손실은 지난해 100억 원을 넘어섰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지난해 실적도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파파모빌리티에 운영 허가된 차량 수는 200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운송사업은 운영 차량이 (충분히)확보돼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운송업계에서 200대로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요신문i’와 통화한 코오롱 관계자는 “파파모빌리티 증차는 국토부 허가사항이어서 마음대로 늘릴 수 없어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토부 등에 증차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 8348억 원, 영업이익 164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2.1%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17.6% 감소했다. 경기 침체에도 화학부문 호조로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아라미드(내열성이 강한 합성섬유) 생산시설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영업실적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매출은 2조 90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5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건설 경기의 위축을 피해가지 못한 결과다.
현재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주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이규호 부회장은 지난 13일 기준 코오롱 지분을 1주도 들고 있지 않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식이라도)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승계를 위해서는 경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그룹 경영 첫해부터 아쉬운 성적을 거둔 이 부회장은 올해 사업재편을 주도한 계열사와 모빌리티·이차전지·수소 등 중점 사업에서 성과가 필요하다. 코오롱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화학·건설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실적이 나빠졌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그룹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춰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호 부회장 승계 시점 등 지분 증여 관련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