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고릴라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눈맞춤을 친근함의 표시로 여기는 인간과 달리 이러한 행위를 자신에 대한 위협이나 도발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20여 년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동물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2007년, 디에르하르더 블라이도르프 동물원에서 ‘보키토’라는 이름의 수컷 우두머리 고릴라가 우리를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몇몇 아이들이 자신에게 돌을 던지자 화가 난 듯 관람객들을 향해 돌진해버린 것이다.
관람객 사이로 뛰어든 고릴라는 레스토랑에 앉아있던 손님들 사이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보키토’가 공격한 상대는 돌을 던진 아이들이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고릴라에게 물리고 끌려 다니면서 뼈가 몇 군데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보키토’는 이후 마취총을 맞고 다시 우리로 돌아갔지만 이 충격적인 사건은 한때 네덜란드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조사 결과, 고릴라가 왜 그 여성을 공격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졌다. 놀랍게도 동물원을 자주 방문한 여성이 그때마다 ‘보키토’와 눈을 맞추면서 지그시 응시했기 때문이었다. 여성은 이렇게 함으로써 고릴라와 유대감을 쌓고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고릴라는 여성의 이런 행동을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도발 행위로 받아들였다. 또한 이 여성은 “내가 미소를 지으면 고릴라도 같이 웃어준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고릴라가 방어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지난 사건이지만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마케팅이 아직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손해보험사인 FTBO가 동물원 방문객들에게 나눠주는 특수 디자인된 안경이다. 종이로 만든 이 안경의 이름은 ‘보키토 키커(보키토 뷰어)’다. 왼쪽을 바라보는 두 눈이 그려져 있고, 한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고릴라를 곁눈질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안경을 쓰고 있으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점이 키포인트다. 이 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당시 FTBO 사이트에서는 안경 도안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지금은 내려간 상태).
한편, ‘보키토’는 2021년 고릴라로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으며, 2023년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출처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