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지만…대선 전 최종 판결 ‘시간 부족’, 새 증거 채택 변수도 있어

검찰은 그간 이 후보가 당선을 목적으로 이 같은 허위발언을 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 측은 ‘후보자의 자질·능력과 상관없는 발언으로 선거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지난해 11월 25일 이 후보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올 3월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이 후보가 김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부 압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후보가 김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들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설명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선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법원의 대선 개입, 윤석열 친구 조희대(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라고 적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뚜렷하게 갈려 소수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논쟁적 사안임에도 충분한 숙의 없이 2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1, 2심 판결이 엇갈리고 국민적 관심사가 커서 그럴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 답지 않게 9일 만에 졸속 심리 선고한 것이라든지 이미 대선 이전에 확정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굳이 그렇게 (판결)한 것은 누가 봐도 대선 개입 의도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절차 진행으로 앞으로 국민들이 어떻게 대법원 판결을 믿겠나”라며 “이러니 사법개혁 시급성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형사 2부 △형사 6부 △형사 7부로 총 3개다. 형사 6부는 당초 이 후보 2심 재판부였으므로 파기환송심을 맡을 수 없다. 이 후보 사건은 형사 2부 또는 형사 7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파기환송심 절차는 대법원에서 소송기록을 보내면 진행된다. 이 후보의 사건은 대법원 선고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서울고법에 도착했다. 재판부 배당은 빠르면 이번 주에 결정된다. 파기환송심이 사건을 재심리하는 의미여서 재판부가 배당되면 변론이 열린다.
사건기록 검토 등으로 변론이 열리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만약 선거운동 기간 이 후보가 서울고법에서 유죄를 선고 받더라도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돼 대선 전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 후보 상고심을 선고한 점에 비춰, 서울고법 역시 파기환송심 심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후보 측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 이것이 인정, 참고되거나 사실관계의 변동이 있는 경우 서울고법이 다른 판단을 내릴 여지도 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장)는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당위 사건에 대해선 대법원 판단이 고등법원을 기속하지만 이 후보 측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면 (대법원과)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새솔)는 “판사들의 재량은 커졌지만 서울고법이 대법원의 판결을 아예 거스르긴 힘들 수 있다”면서 “애초 대법원에서 대선 전 이례적으로 빠르게 선고를 내린 게 이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따라 재판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재판이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선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임기 중 재판이 계속될지 주목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재직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석이 없다. 대법원도 지난 1일 헌법 제84조 적용 여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를 ‘공소제기’로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며 “(헌법 제84조)에 재판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적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 후보 사건 재판부에서 진행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이 헌법 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천 행정처장은 “현 구조상 각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