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메시지 후 탈당 요구 확산, 총대 멘 김용태 한발 뺀 김문수 ‘투트랙’…“김 후보 큰 한숨” 미묘한 기류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도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에도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을 손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김 후보는 4월 24일 경선 TV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향해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사과하거나 아니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동조화를 강조했던 김 후보는 친윤계 지원 사격에 힘입어 경선에서 승리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 후보는 자리를 지켜냈다. 정치권에선 본선에 진출한 김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외연확장의 한계를 들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연스레 시선은 윤 전 대통령을 대하는 김 후보 스탠스에 모아졌다. 5월 11일 후보 등록 직전 통화한 김 후보 최측근 인사는 “무리한 단일화 추진으로 당이 엉망이 됐다. 당내 통합이 급선무”라면서 “윤 전 대통령 문제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김 후보가 큰 한숨을 쉬었다. 본선에서 이기려면 경선 때의 태도를 고수할 순 없기 때문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김 후보 측 고민은 현실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5월 11일 파면된 지 38일 만에 공식 메시지를 내고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비록 탄핵이라는 거센 정치 소용돌이에 빠졌지만 당에 늘 감사했다”면서 “이제는 (김 후보에게로) 마음을 모아 달라. 저 윤석열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지지층 결집을 외치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쓴소리가 쏟아졌다. 그동안 비윤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던 윤 전 대통령 탈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앞서의 김 후보 최측근 인사는 “김 후보 주변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는 제안이 쏟아졌다”고 귀띔했다.
‘친윤’ 인사들도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서정욱 변호사는 5월 13일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에서 “대통령이 희생적 결단을 하면 단합이 되고, 반명 빅텐트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14일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셈법으로 보면 국민의힘에서 윤 전 대통령 ‘손절’ 목소리가 퍼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윤 전 대통령 존재가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연출하긴 했지만 민주당에 비해 언론의 주목도를 많이 이끌어냈던 대선 경선이 끝난 후 ‘컨벤션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평이다.
대선 대진표가 완성된 후 이뤄진 주요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는 가장 앞서 있는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전 대통령이 공개한 메시지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NBS)가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조사, 15일 발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전화 면접,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9%, 김문수 후보 27%였다. 이준석 후보는 7%였다. 5월 8일 발표된 조사에 비해 이 후보는 6%포인트(p) 올랐지만, 김 후보는 2%p 내렸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자 선거 초반 윤 전 대통령을 버리고 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을 떠나지 않으면 징계 절차라도 밟아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고개를 들었다. 선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무당층으로의 외연 확장, 반 이재명 빅텐트에 윤 전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분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동시에 ‘단일화 대상’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끌어안기에도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친윤계와의 대립 끝에 중도 하차한 후 당을 나왔다. 이 후보는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정체될 경우 선거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선 선결조건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을 당에서 지우는 것이다. 5월 15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당의 미래와 보수 재건을 위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이준석 후보를 향해 “비대위원장 명의로 공식 사과하고 비대위 의결로 징계 취소와 복권을 단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도 5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 등 훌륭한 많은 분이 우리 당에서 성장하고 정치인으로 발전하던 도중에 당내에서 안타깝게도 떠나게 됐다”며 “모든 분을 다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는 당의 잘못된 판단으로 쫓겨나신 분이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친윤계 인사들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윤상현 의원은 5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분열과 감탄고토의 정치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제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 탈당에 반대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체제수호 전쟁을 치르다 쓰러진 장수를 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전직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을 버린다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라면서 “김문수 후보의 30%대 지지율이 누구로부터 비롯됐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김문수 후보 측 딜레마도 이 지점이다. 자칫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잃거나, 아니면 ‘반탄’을 기치로 내건 무소속 후보들과의 표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후보 측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탈당에 총대를 메고, 김 후보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5월 15일 “윤 전 대통령께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 드린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연일 “윤 전 대통령 판단에 맡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측근들을 통해 “김문수 후보 뜻에 맡기겠다”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결단이라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주변에선 당의 탈당 요구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윤 전 대통령과 만났다는 한 법조인은 “한동훈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된다. 장관에 당 대표까지 시켜줬는데, 용산에 총을 겨누지 않았느냐”면서 “김 후보를 대선 후보로까지 만들어줬는데 당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섭섭해 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 측도 할 말은 있어 보였다. 김 후보 최측근 인사는 15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용산 출신 한 비서관이 가교 역할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아니면 김문수가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덕수 시키려고 김 후보를 몰아붙였던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김 후보도 윤 전 대통령이 쫓겨나는 모습은 원하지 않는다. 탈당을 놓고 당 내부가, 그리고 당과 윤 전 대통령이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선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 당의 많은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 결심을 바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을 사랑한다면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