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6%까지 높여, 경영권 경쟁 가능성 촉각…산은의 지분 처리 방안과 LS그룹의 행보 등 변수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19.96%)이 산은(10.58%)과 공동 보유를 통해 한진칼 지분 30.54%를 가지고 있다. 우호 관계인 델타항공(14.90%)과 자사주 0.66%까지 포함하면 최대 46.1%에 달한다. 보통 주주총회에서 주주 출석률은 70% 정도다. 총 의결권의 46%는 특별 결의도 통과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호반그룹이 조 회장에 도전하려면 산은이나 델타항공 쪽을 반드시 회유해야 한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매입단가는 5만 원 아래로 추정된다. 현 주가보다 낮지만 오랜 투자기간을 감안하면 평가 이익은 크지 않다. 델타항공은 전세계 항공사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한진칼 투자수익에 크게 연연할 이유는 없다. 조원태 회장 일가와 인연이 오래됐지만 단순투자일 뿐 공동보유자도 아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주를 자처한 이유는 사업상 제휴 때문이다. 알짜로 평가받는 한-미 노선에서 수익을 내려면 한국의 항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손잡는 것이 유리하다. 사업상 이익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2020년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증자로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됐다. 당시 한진칼은 사모펀드(KCGI)와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 통상 경영권 분쟁 중 증자는 금지되지만 항공산업 안정화를 위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국책은행이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이례적으로 허용됐다. 산은이 낸 증자 대금은 한진칼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쓰였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종잣돈이 됐다. 그 결과, 산은은 조 회장과 공동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KCGI는 보유지분을 호반건설에 팔고 한진칼을 떠난다.
조원태 회장 측과 델타항공, 산은 등과의 관계를 호반그룹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보유지분을 늘려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능성이 있다. 호반건설이 지금까지 한진칼 지분 매입에 쓴 돈은 약 7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1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6만 원이 채 안 된다. 이미 평가이익 기준 100%의 수익이 났다. 한진칼의 연간 배당은 지난해 기준 240억 원이다. 호반건설의 몫은 45억 원가량이다. 가치는 올랐지만 현금흐름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자산이다. 투자목적이라면 현금흐름(배당)을 높이든지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3년간 매출액이 14조 원에서 17조 원대로 늘었다.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도 2조 원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면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높고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져도 재무구조 개선 때문에 상당기간 통합법인이 배당을 늘릴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호반건설이 한진칼에서 배당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한진칼은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현재는 항공과 물류(택배), 호텔(국내 2곳) 정도가 전부다. 호반그룹은 건설에서 출발했지만 전선, 음식료, 유통, 서비스, 숙박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호반그룹으로서는 한진칼 관련 사업 협력 기회를 추구할 만하다. 한진칼에 대한 높은 지분율은 협력을 강제할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6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상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에서 좀 더 깊숙이 간여할 여지도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경영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진칼에 대해 높은 지분율을 유지한다면 언젠가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산은도 언젠가는 한진칼 지분을 팔아야 한다. 산은은 HMM(옛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 주식(위험자산)이 크게 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3%대까지 추락했다. 정책 금융을 계속하려면 증자를 하거나 보유 주식을 매각해서 줄여야 한다.
증자는 재정부담이다. 산은이 2020년 말 한진칼 신주를 인수할 때 가격은 1주당 7만 800원이다. 2021년부터 한진칼 주가는 7만~12만 원 사이를 횡보했다. 투자한 지 5년여가 다 되어 가지만 수익도 많지 않고 자금 회수 방안도 모호하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일반 지분 매각에 법적 제약은 없다. 시장에 내다 팔면 주가 하락 부담이 있다.
자사주 매입 형태로 회사(한진칼)에 넘기기도 애매하다. 산은 보유지분 가치는 1조 원에 육박하는데 한진칼이 가진 이익잉여금(연결기준)은 채 8000억 원이 채 안 된다. 높은 값을 받기 어렵다. 조원태 회장과의 신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론적으로 산은이 한진칼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높은 값에 ‘묶음 판매(Block Deal)’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산은 지분이 매각되거나 소각돼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이 30% 초반으로 떨어지면 경영권 경쟁을 할 만하다. 현재 조 회장의 한진칼 개인 지분은 5.78%에 불과하다. 조 회장 측 지분 19.96%는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과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사장(5.73%), 정석인하학원(1.9%), 일우재단(0.14%), 정석물류학술재단(0.95%), 대한항공 임직원 자가보험(2.27%), 대한항공 사우회(1.09%) 지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조원태 회장은 보유 주식 207만 5000주를 담보로 705억 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호반건설은 자금력이 풍부하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11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3550억 원에 달한다.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경쟁이 벌어진다면 호반건설이 유리하다.
변수는 호반그룹과 껄끄러운 관계인 LS그룹이다. 2019년 8월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제조, 판매하는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S전선이 2심까지 승소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최종 승소가 결정된다. 대한전선은 호반산업의 자회사다.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2월부터 LS그룹 지주사인 LS 지분 매입에도 나서 지분 약 3%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최근 한진칼과 '그룹 간 동반 성장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S그룹은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만 2조 원에 육박한다. 유사시 한진칼의 백기사로 나선다면 호반그룹의 자금력 우위를 누를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