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95세로 2명은 거동 불가…“할머니들 건강 상태 하루하루 예측하기 어려워”
#위안부 피해 생존자 6명 중 2명만 증언 활동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6명 남았다. 이용수 할머니(97), 박필근 할머니(97), 강일출 할머니(97), 김경애 할머니(95), 그리고 본인 또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할머니 2명이 더 있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2명 역시 90세가 넘는 고령이다. 이들 6명의 평균 연령은 95.6세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재 증언이 가능한 피해자는 이용수·박필근 두 할머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 5월 15일 대구 중구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 해결 관련 토론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필근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해당 토론회를 주관했던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포항 자택에서 넘어지셔서 못 오셨다”면서 “박 할머니는 가족들을 통해 토론회의 취지에 충분히 동의한다는 의사를 내비치셨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해당 토론회 첫 연사로 나서 새 정부가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부탁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러 차례 정부에 속고 (위안부 피해자가) 한 분 한 분 돌아가시니 너무 서럽다”면서 “새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지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5월 14일 이용수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7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고 이옥선 할머니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며 넋을 기리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6세 무렵이던 1944년 일본군에 의해 대만에 있는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그는 전기 고문 등 각종 학대에 시달린 끝에 해방 이후 1946년에야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다. 1993년 ‘위안부’ 신고 이후 국내외에서 약 32년째 위안부 피해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미국 의회와 2016년 유엔 본부에서 위안부 피해 참상을 증언한 바 있다.
박필근 할머니는 1928년 경북 포항에서 9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 15세가 되던 해 일본군에게 끌려가 약 2년 동안 일본에 위치한 위안소에서 피해를 입었다. 그는 두 번의 탈출 시도 끝에 겨우 위안소를 탈출했으며 어렵게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홍역으로 자식 5명을 잃는 등 고된 삶을 살아왔다. 2019년 4월 포스코의 후원으로 고향인 포항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박 할머니는 현재 혼자 생활하고 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강일출 할머니는 16세에 일본군에 의해 중국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입고 해방이 된 뒤에도 귀국할 여력이 되지 않아 중국에 체류했다. 1991년에야 귀국한 강 할머니는 현재 나눔의 집에 의해 경기 성남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지내고 있다. 강 할머니는 80대에 접어들며 치매 증상이 심화됐고, 2023년 말부터 폐렴 증세도 심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강 할머니는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경남 진주시에 살던 김경애 할머니는 1944년 동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피해를 당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거주하던 김경애 할머니는 90에 가까운 나이에도 ‘수요시위’에 참석하는 등 증언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나빠져 현재는 창원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측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현재 거동과 소통이 모두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빠른 시일 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이뤄져야

서 대표는 고 이옥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3일 전인 5월 8일 촬영한 이 할머니의 병상 속 사진을 보여줬다. 서 대표는 “건강하셨던 이옥선 할머니가 순식간에 병세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는 심경을 전했다. 서 대표는 “(할머니들의 건강 상태를) 하루하루 예측 할 수가 없다”면서 “대구시도 무관심하고, 중앙 정부도 할머니들 돌아가시는데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남아 계신 할머니들은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보려고 하는데 새로운 정보들이 없으면 관심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할머니들을 모시고 연석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언 활동을 하는 두 할머니의 건강 상태도 장담할 수 없다. 서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가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열심히 활동하시지만, 가까이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눈에 띄게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서 “예전보다 걷는 것도 힘들어 하시고, 제가 하는 말도 더 알아듣기 어려워하신다”고 말했다. 박필근 할머니에 관해서도 서 대표는 “지난해와 확연히 다르시다. 한 달에 한 번은 찾아뵙는데, 최근에는 가끔씩 누군지 못 알아보곤 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위안부에 대해 ‘가짜’라며 공격하는 단체에 의한 위험성이 커진 상황이다. 서 대표는 “박필근 할머니 집이 언론에 소개되고 하면서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할머니 집 주소를 SNS에 공개하고 집회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골에서 조용히 계시던 분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포항시의원은 “‘위안부는 가짜’라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일부 극우단체가 박필근 할머니 집 앞에서 이번 달 내내 집회 신고를 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섯 분의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보호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 수요시위에서도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향해 조롱하는 등 폐륜적인 행위를 많이 봐왔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엄격하게 대응을 하고, 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아는데 통과돼서 할머니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고령의 할머니들이 이제 사과받을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일본이 사죄할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면서 “특히 박필근 할머니는 분명하게 일본에게 사과 받고 싶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이제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표현을 지양하고, 가해자가 사과할 시간이 적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정부의 역할과 정책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른 위안부 문제 중재재판 회부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용수 할머니는 토론회 직전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회부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서혁수 대표는 “여태까지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온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나 양국 법원을 통한 해결도 좋지만, 할머니들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이 실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