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극복·사법개혁 등도 과제, 임기 초 특검 정국될 가능성…보수진영 저항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 되던 4일 새벽 1시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의 밤’부터) 이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그들을 파면하고 이 나라 주인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국민 여러분 스스로 투표로써, 주권행사로써 증명해주셨다”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내게 기대하시고 맡긴 그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드시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통합된 나라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큰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그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최종 득표율은 49.42%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다. 이 대통령은 영남권과 강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김 후보를 앞섰다.
대선 승리로 민주당은 원내 다수석을 가진 집권당이 됐다. 강력한 야당의 견제를 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임기 초반 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앞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 두 달여간 운영해 인수위 역할을 대체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슷한 조직을 가동해 새 정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초 장기적 비전 마련보다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생긴 눈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야권 한 관계자는 “과거 진보진영 정치지도자들이 추구할 가치를 세우고 정책수단을 선택했다면, 이 대통령은 일반원칙이나 가치설정보다는 현안에 대한 해법을 우선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제중심형’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며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취임했을 때 성남시는 막대한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3년여 만에 부채를 해결해냈다. 물론 성남시장과 대통령은 책임감과 역할이 다르지만, 국내외 산더미 같은 윤석열 정부의 과제를 바로 해결하려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5월 28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일단 추경을 빨리 해야 한다”며 “돈이 돌지 않고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게 기본인데, 이 정부는 균형 재정 이야기를 하며 정부 역할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추가경정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국회는 지난 5월 1일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는데, 이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진성준 정책본부장은 올해 하반기 추경 편성 관련해 “20조 원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20조 원은 무엇보다 민생 회복과 소비 진작에 쓰여야 한다”며 “최소한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루려면 내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경제계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관세협상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관세·방위비 협상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 백악관을 방문해 ‘정책 협의’를 한 것을 두고 대미 관세협상이 미국 측에 유리하도록 이끈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군인들에 대한 수사는 많이 이뤄졌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나 국무위원들은 제대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부분까지 이뤄져야 내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교체될 분위기가 감지되자, 사정기관들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의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국무회의장 내부와 대통령 집무실 복도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5월 26일 소환해 10시간 안팎의 조사를 벌였다.

내란 특검법 외에도 이재명 정부 하에서 추진될 특검이 많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은 특검법안에 대해 총 1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채 해병 특검법 3번, 김건희 관련 특검법 4번, 명태균 특검법 1번, 내란 특검법 2번 등이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17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어, 독자적으로도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의혹들을 특검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임기 초에는 특검 정국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대선에서는 중도층과 법조인들의 표도 받아야 한다. 이에 급진적인 모습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메시지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개혁은 결국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시간표를 정확히 정한 건 아닌데 기본적 스케줄은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개혁과 함께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선고로 촉발된 사법부 개혁도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법’과 ‘대법관 100명 확대법’ 등을 발의했다가 논란이 되자 법안을 철회했다.

헌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전문 수록 등 개헌안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보수진영의 저항을 극복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보듯이 보수진영은 끊임없이 이 대통령을 공격했다. 대통령 임기 중에도 이어질 것이다. 임기 초부터 탄핵을 말할 수도 있다”며 “과거 민주당 소속 대통령들도 개혁을 추진했지만, 미완으로 그친 게 많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를 가지고 힘을 보태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이를 통해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